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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아이텔 전《untitled(2001~2020)》: 확장과 압축의 긴장

심현섭

팀 아이텔(Tim Eitel) 전《untitled(2001~2020)》: 확장과 압축의 긴장  
:《untitled(2001~2020)》, 2020년 7.7 - 10.18, 대구시립미술관  

팀 아이텔의 그림은 사각의 캔버스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선과 면과 색의 운용, 서로 다른 대상을 겹침으로써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새로운 공간으로 관객을 이끈다. 그의 회화에서 작가의 공간감과 감정이입에 유효한 것은 선보다는 면과 색이다. 이는 면과 색이 차지하는 실제적인 공간의 양과 명암과 대비 때문이다. <Untitled(Mountains)>(2018)에서 그는 사각의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의 표현력을 극대화하여 채울 수 있는 방식으로 면과 색을 운용한다. 이와 같이 한정된 사각의 캔버스 안에 거주하는 면과 색은 그의 대부분의 그림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실제 너머 확장된 공간을 창출한다. 

한편, 팀 아이텔은 시간의 흐름을 캔버스 안에 담으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또한 캔버스의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일어난다. 동일한 커플의 움직임을 하나의 캔버스에 두 번 그린 <Sequence(Couple)>(2020, 그림1) 는 캔버스의 공간한정성 안에서 시차를 표현한다. 이와 달리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서 하나의 캔버스 공간을 벗어날 필요를 느꼈을 때도 그는 <Maxican Garden> 1,2(2020, 그림2) 에서처럼 두 개의 캔버스로 분할함으로써 사각의 한정된 캔버스 공간을 고수한다. 
 
 그림1       그림2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면과 색의 형태는 확장과 압축의 긴장을 자아낸다. 이러한 긴장이 그림의 느낌를 형성한다.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창출하고 확장하는 그의 시도는 제3의 작용을 낳는다. 이와 같이 물질을 벗어난 정신적 현상은 작가가 표현하고자하는 주제로 관객을 이끈다. 이러한 작가의 주제의식은 그리기 이전에 이미 작가의 마음에 존재하는 것으로 “그림에 이미지뿐만 아니라 철학, 에너지, 감정을 담으려는” 팀 아이텔의 의도이다. 철학, 에너지, 감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그리고 그것이 한스 호프만이 말한 예술적 리얼인 영적인 면에 닿느냐의 문제는 관객의 몫이겠으나 팀 아이텔의 작업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 현실에서 사라져가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그림 속 사람들의 뒷모습과 표정에 묻은 고단함과 허무, 미지의 영역을 향한 이미지들, 면과 색의 대비로 이격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 난민 캠프와 같은 대상에 잘 드러난다. 
 
“스튜디오로 다시 돌아와 캔버스 앞에 선 나는 내 작업에서 인간의 움직임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그림, 조각, 연극, 춤, 음악 뿐 아니라 땀, 먼지, 포옹이 필요한가 보다.”(팀 아이텔)

팀 아이텔의 그림은 평면성과 공간한정성이라는 캔버스 매체의 특성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모더니즘 회화의 맥락에 닿아있다. 그러나 이는 모순적이게도 구상회화를 통해 나타나는데, 이 모순은 우리로 하여금 추상과 구상의 정의를 재고하게 한다. 그리는 행위로 만들어진 그림을 봄으로써,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발견하기를 원하는 관객에게 팀 아이텔 전은 반가운 선물이다. 20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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