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공공미술 14/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2)

심현섭

공공미술 14/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2)

1. 공공의 변화

공공미술은 일반적으로 건축 속 미술, 공공장소 속 미술, 공공관심 속 미술, 새 장르 공공미술 등으로 나누어진다(권미원, 2009). 이 구분은 동시대에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연대기적 구분이라고 할 수 없지만 공공미술이 미술의 자율성, 작가의 주체성, 미니멀리즘의 현상학적 체험, 공간의 확장 등의 개념과 함께 흘러온 미술의 역사와 연동해온 과정을 압축한다. 즉 공공미술이 장소의 가시적인 외양을 장식하는 물질적 미술에서 장소의 비가시적인 내용, 특히 장소 속에 거하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비물질적 미술로 흘러왔음을 보여준다. 새 장르 공공미술이 물질적 오브제보다는 공동체 미술, 담론 중심의 미술 등과 같은 비물질적 수행이나 과정을 중시하는 점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대중의 이익을 위한 공공미술이라는 정의에 적용하면 초기의 공공미술이 대중의 이익을 장소의 장식에 따른 심미적 감상이라는 측면에서 보장하려 했다면, 오늘날에 이르러 그 이익의 내용이 장소 속에 거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의 향상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즉 초기의 공공미술이 장소에 설치될 보이는 대상으로서 오브제에 관심이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오브제보다는 장소에 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 사람들의 삶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 가운데 장소에 거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의 또한 변화했다. 이 변화는 공공미술이 대중의 이익을 추구하는 미술이라고 할 때 그 대중의 실체가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논점을 제공한다.    
‘대중’의 정의는 유동적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토대, 특히 사회의 민주화에 따라 대중이 생각하는 국가권력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실 근대 사회에 들어서기 전 일반사람들은 ‘공공’이란 개념을 뚜렷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고·중세시대의 유럽 사회에서는 공론장을 사적 영역과는 구분되는 특정한 위치로써 소유했다는 지표는 어디에도 없다. 18세기 말에 이르러 봉건적 권력 기구(교회, 군주, 귀족)가 해체되면서 공적기구와 사적기구로 분할하였다(Sara Lennox, Frank Lennox, 1964).  
‘공공’개념이 국가로부터 분할하면서 대중의 자의식은 크게 변화한다. 무엇보다 국가와 같은 집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예전과 다르다. 이러한 집단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오늘날 사회의 개인주의화와 더불어 대중으로서 ‘공공’의 의미를 변화시킨다. 공공이 가지고 있는 집단성에 흡수되지 않는 대중은 개인적으로 파편화한다. 이는 오늘날 대중이 어떤 정치적, 경제적 유형에도, 어떤 특별한 계급, 성별, 세대, 종교, 지역, 대의적 명분의 유형에도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오늘날 대중은 이해관계와 필요에 따라 언제든 변하는 생물이 되었다. 마사 플레밍의 말대로 “그야말로 상이한 많은 종류의 공동체, 행동주의, 관객, 대중이 있으며, 이들 단어들 각각에 대한 수많은 다른 의미가 있다. 이것들 모두는 그 특별하고 독특한 맥락에서 검토되어야 한다.”(Martha Fleming, 1995)  

2. 공공의 권력 강화

대중은 ‘공공’개념이 국가로부터 분할하면서 ‘공공’ 영역에 있는 물건, 공간 등에 대한 소유권과 제작권을 더욱 강하게 주장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변화의 상징인 문화 영역인 공공미술에서 먼저, 그리고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중은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국가의 법적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미술품이든지, 공공 영역인 공공의 장소에 놓인 미술품이든지를 막론하고 특정한 개인이나 국가의 것으로 인정하는 대신 자신을 포함한 모두의 재산으로 여긴다. 국가의 지원과 제도 아래 만들어진 결과물의 소유권이 특정 계층에서 대중으로 이양한 것이다. 이렇게 소유권을 인수한 대중은 자연스럽게 제작권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공간과 재산에 대한 기본적인 소유 개념과 함께 거대 권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대중의 성향은 공간점유와 재산과 관련하여 국가나 대집단으로부터 소유권을 점진적으로 회수하려는 경향으로 수렴되었다. 이러한 대중의 경향은 작품의 관람권, 소유권과 함께 작품 제작 과정, 사후 심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권 행사를 요구하게 된다. 이렇듯 공공미술에서 대중의 소유권과 제작권의 강화는 공공의 의미 변화에 따른 민주적, 사회 정치적인 열망이 미술에 스며든 결과다(권미원, 2002). 

이렇듯 ‘공공’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집단’에 대한 인식 변화, 특히 파편적인 ‘개인화’로 전개해온 사회적 흐름은 공공미술의 변화를 견인했다(Malcolm Miles, 1997). 이러한 흐름이 오늘날 우리에게 지시하는 바는 향후 공공미술이 그 대상으로서 대중을 더 분명하게 정의하고, 그 범위를 정확히 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다음: 공공미술 15/누구를 위한 공공미술인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