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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15/누구를 위한 공공미술인가

심현섭

공공미술 15/누구를 위한 공공미술인가

공공미술과 관련한 최초의 연구서 중 하나인 존 윌렛(John Willett, 1917-2002)의 '도시속의 미술Art in a City'(1967)은 국가의 후원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공공미술의 비민주적인 행태, 즉 대중의 소외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인간의 사회체제에서 부족과 국가, 종교의 형성과 함께 계급의 구별이 나타나면서, 공공미술은 대체로 일반 대중보다는 자본과 권력의 손을 잡는 쪽을 선택했다. 시민혁명이후에 시민들로 그 대상이 바뀌었다지만, 그들 역시 신자본가들로 미술은 여전히 ‘가진 자’들에 속해 있었다. 신전과 미술관을 벗어나 공공장소에 자리한 미술도 이러한 형편은 마찬가지였다. 윌렛은 이러한 역사가 당시까지 이어져 공공미술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의심하였다(Malcolm Milies). 공공미술이 일반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미술이 아닌 일부 계급을 위한 미술로 전개되는데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윌렛의 비판적 시각은 당시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파리에서 '68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당시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찾는 노력이 팽배해있었다. 1950년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지역은 미국의 유럽 부흥 계획에 힘입어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력투구하였으며 그 결과 엄청난 호황기를 구가한다. 이러한 상황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었는데,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를 배경으로 결성한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Internationale situationniste, I.S.)은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이러한 사태를 바라보았다. 

상황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소비문화와 강력한 관료제에 의해 수동적 객체로 전락하는 인간의 소외와 억압에 주목하면서 비민주적으로 고착해가는 사회 시스템을 비판했다. I.S.는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등 전 세대의 아방가르드가 자신들의 실천 영역을 예술 영역에 한정하고, 더 이상 사회·정치적 운동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을 비판하면서 행동의 범위를 구체적인 삶의 현장으로 확장하였다. I.S.의 인간 특히 피지배, 무산계급이 소외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비판의식과 실천은 68혁명은 물론 이후 건축, 미술, 정치 등 사회 각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대표적으로 하버마스는 국가 권력과 대중의 소통이 단절되어 일어나는 비민주적인 정치 상황을 토론과 합의의 공론장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합리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에 대중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적 상황을 만들어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려고 했다. 하버마스가 정치 영역의 민주화를 시도했다면, 윌렛은 공공미술의 영역에서 특권층에 대비되는 일반대중의 권리를 대변함으로써 미술의 민주화를 모색하였다. 

그렇다면 대중의 권리를 대변하는 공공미술에서 대중은 누구인가. 즉 누구를 위한 공공미술이어야 하는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대중을 사회/문화/정치·경제적 계층으로 분절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대중을 구분이 없는 전체로 파악하면, 그것은 모두를 위한 공공미술이라는 추상성으로 환원하고, 이와 같은 모두를 위한 미술이라는 모호한 설정은 결국 공공미술이 ‘모두’의 내용을 독점하고 있는 권력과 자본의 편에 서는 것을 방치하거나 심지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사실 공공미술의 역사는 새 장르 공공미술에 이르기까지 권력과 자본의 독점에 저항하면서 대중의 계층을 조금씩 차별화하고 구체화한 과정이었다(공공미술 12/새 장르 공공미술의 부상). 대중의 추상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중 분절의 대표적인 사례로 마르크스의 경제적 계층분절과 이를 기반으로 미학과 정치의 관계에 천착한 결과로 나온 랑시에르의 미학적 계층분절을 들 수 있다. 이 분절과 관련한 누구를 위한 공공미술이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동시대 공공미술의 쟁점인 공동체, 장소, 상호소통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 후 다시 논하기로 한다.   

다음: 공공미술 16/동시대 공공미술의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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