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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현법인화문제 1/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문제

심현섭

1.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문제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의 법인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차례 논의를 번복해온 문제로 현재 잠복 상태에 있다.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적 정책 노선의 연장선에 있다고 여겨지는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현 법인화 과정의 쟁점을 돌아보고 새로운 논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법인화 반대의 중요한 명분 중 하나는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한데, 공공기관으로서 이를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인화 찬성의 명분 또한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에서 벗어나 자율적 조직을 갖추고 창의성을 발휘해 재정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현 법인화 논의의 쟁점으로 드러난 ‘공공성’의 이면에 국가의 지원, 즉 ‘자본’의 문제가 깔려있음을 알려준다. 이처럼 국현 법인화 논의는 ‘공공성’과 자본, 즉 ‘재정자립’이라는 불가분의 두 면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은 국현 법인화를 논하는 거의 모든 연구자들이 공유하고 있다. 다만 그 논의가 공공성을 중심으로 다소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상대적으로 재정자립의 문제는 소홀히 다뤄온 감이 있다. 이것은 국현이 법인화되었을 때 수입창출이 어려워 재정자립도가 더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국현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자금이 부족해 공공성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 공공성이 갖는 명분의 정당성이 그 이유일 것이다. 

 

공공성과 재정의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 먼저 국현의 비전과 미션에 담긴 공공성 목록과 실천계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현이 공공성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진 계획과 운영체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재정의 적절성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특히 공공성을 위해 국가지원의 불가피함을 강조하는 법인화 반대의 입장에서, 이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자본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본이 모든 문제의 이면에 깔려있음은 부인할 수 없기에 공공성뿐 아니라 다른 항목들도 재정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 항목 중 국현의 공공성 실천 목록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공성 목록이 문화 권력의 집중화와 관계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은 그 용어가 갖는 보편적인 수용성 혹은 정당성 때문에 명분 획득이 수월하고, 그 영역을 비교적 쉽게 넓힐 수 있다. 문화 권력뿐 아니라 모든 지배 권력의 독점과 집중은 폭력적이기보다는 이러한 명분에 힘입어 이루어진다. 따라서 한 번쯤은 공공성이라는 명분을 제어하거나 견제하는 입장에서 국현의 공공성 수행의 적절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점을 간과하면 공공성이 의도치 않게 스스로의 덕목인 문화의 다양성과 향유의 편재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모순을 낳을 수 있다.  

 

이 칼럼에서 논의 전개를 위한 최소한의 언급 외, 미술관의 정의와 의무, 이에 따른 공공성 개념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여겨지며, 따라서 새롭지도 않은 미술관의 정의나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반복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더구나 공공성이란 개념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플레밍(Martha Fleming)의 말대로 세상에는 수많은 공동체와 관객, 공중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다른 의미로 묶여있다. 이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우며 공공성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공공성 개념은 유동적이다, 이 말은 양 극단을 향한다. 하나는 공공성을 임의적으로 해석하여 조직의 이해관계에 맞춰 적용하는 쪽, 다른 하나는 이러한 임의적 해석을 경계하는 쪽이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서 공공성의 일반적 정의를 찾기 보다는, 국현의 기본계획, 비전과 미션에 나와 있는 항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항목들이 유동적인 공공성 개념이 국현이라는 조직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경우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글이 국립 기관의 공공성과 재정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행정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능력 밖인 데다 그럴 의도도 없다. 미술 관계자로서 국현의 법인화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공공성과 재정자립의 문제를 재고하여 향후 법인화 논쟁을 대비하고, 한국 사회 내 지배 권력의 확장을 우려하는 공동체 일원으로서 문화권력의 탈-중심화를 주장하는 선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다음/ 2. 국현 법인화 추진 배경 및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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