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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고려불화

조용호

고려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교를 국교로 삼았고, 왕실 귀족뿐 아니라 평민이나 천민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신봉했다. 많은 불교 관련 예술을 남겼고 그 수준도 뛰어났으리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도 화려하고 극도로 세련된 색채와 묘선을 지닌 고려불화는 1980년 무렵에서야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려불화는 광물질 안료인 석채(石彩)가 뿜어내는 고귀한 색상에다 금가루를 결합시켜 화려한 분위기는 기본이고 신비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치밀한 형태 묘사와 활달한 필선, 짜임새 있는 구성까지 가세해 회화사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고려불화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속살이 환히 보이는 관능적인 ‘시스루(Seethrough)’ 패션까지 구현해 놀라운 공력과 섬세함을 과시한다. 우리는 고려시대 하면 주로 청자만 내세우면서 문화 능력을 과소평가한 편이었다. 하지만 14세기 전반기 고려 사람들이 제작한 불화는 세계문화사 속에서도 당당히 1등을 차지한 품목이라는 평가다. 프랑스 기메박물관이나 독일의 베를린미술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에서 고려불화를 소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훌륭한 문화유산은 국내에 불과 10여점밖에 없다.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160여점 중 130점은 일본에, 나머지는 미국과 유럽에 흩어져 있다. 고려불화가 일본에 많은 것은 당시 일본인들의 주문으로 수출됐을 가능성과 함께 고려말과 임진왜란 때 많이 약탈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구미에는 근대 격동기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서 보물급 고려불화 ‘아미타내영도(阿彌陀來迎圖)’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화제다. 서방극락정토에 거주하는 아미타불이 임종한 중생을 극락으로 안내하는 그림이다. 붉은 가사의 색감과 찬란한 금빛 연화당초무늬가 잘 살아 있는 최상급 고려불화라고 한다. 비록 머나먼 타국 땅에 계시지만 수장고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아미타불이 햇빛을 보게 된 건 천만다행이다. 

- 세계일보 2013.01.11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30110025301&cid=&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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