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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손수호] 감성마을

손수호

강원도 접경지역 지자체의 생존법이 눈물겹다. 155마일 휴전선의 철조망을 끼고 있다 보니 지역발전이 더뎠다. 그나마 할만한 것이 관광산업인데, 땅은 거칠고 바다는 멀어 사람 모으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그래서 문화공간에 눈을 돌렸다. 

양구군은 이 고장 출신 화가 박수근(1914∼1965)을 찾아냈다. 근대 화단의 별로 떠오른 그를 기리기 위해 2002년에 정림리 생가 터에 200여평 미술관을 지었다. 건물이 격조 있고, 컬렉션도 늘어나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양구는 헌법에 따라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실측하면 남면 도촌리에서 4극점이 만난다며 ‘국토 정중앙’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요즘 ‘아방궁’이라는 표제어로 인터넷을 달구는 감성마을은 화천군의 대표적 문화공간이다. 가진 게 산천어와 수달 뿐이라는 화천은 인구 2만5000명에 재정자립도 10.9% 수준이다. 춘천에 살고 있던 작가 이외수씨에게 감성마을을 소개하면서 2006년 이주를 이끌어낸 것도 관광 마인드의 발로였다. 이씨는 당시에 단어 200개를 풍자적 시각으로 풀이한 ‘감성사전’을 출간한 상태였다. 

감성마을 사업에는 문학전시관과 집필실 및 주거공간, 교육강연장 등을 짓는 데 국비와 군비 등 총 75억원이 들어갔다. 올해 말까지 15억원을 추가로 들여 야외공연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화천군은 지금까지 관광활성화 등 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얻어냈다고 자랑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특정인을 위한 지원금이 과다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방궁 스캔들에서 주목할 것은 이씨가 보수와 진보 양쪽의 협공을 받고 있는 점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 150만 팔로어를 거느린 그가 한쪽을 화끈하게 지지하지 않은 데 대해 진보쪽의 서운함이 있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교조 출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기에 보수 쪽의 원망을 듣는 형국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씨는 트위터에서 심경을 정리했다. “겨울이면 외풍 때문에 창틀에 담요를 덧대야 하고, 여름이면 비가 새서 수리를 해야 하는 아방궁에서 2권의 장편과 7권의 산문집을 냈습니다”고 감성적으로 회고한 뒤 “먼 길 가다 보면 산도 만나고, 물도 만나겠지요. 더러는 낯선 마을, 개들도 달려나와 미친 듯이 짖겠지요. 지금까지 그러했듯 앞으로도 그러려니 하면서 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모름지기 작가는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 국민일보 2013.01.15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802037&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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