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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키워야 할 문화 에너지, 사립박물관·미술관

이강원

요즘 곧 출범할 새 정부가 국민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기에 고심하고 있다. 손님도 보통 손님인가. 자신을 열렬히 성원했거나 완강히 거부했던 이들의 입맛에 모두 맞추어야 하는 까다로운 초대다. 게다가 처음으로 맞는 여성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치에도 부응해야 하기에 메뉴 짜기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경제·복지·외교·국방이 메인 코스로 큰 그릇에 담길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문화'는 간장종지로 구색을 맞추는 역할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문화의 힘은 다른 큰 그릇의 역할을 증대시킨다. 문화가 가진 파괴력은 무한대로 확산시킬 수 있기에 정치나 경제 분야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여서 메뉴판의 자리 매김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에는 문화의 위상을 김치 정도로 격상시켰으면 한다. 김치는 작은 그릇에 담기지만 모든 음식을 융합하고 입맛을 휘어잡는 식탁의 주역이다.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 모두 정성을 쏟아야겠지만 그중에서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최대한 활용하는 메뉴를 개발했으면 한다. 관광객 1000만 명의 고지를 넘어 진정한 관광대국이 되기 위해서도 그렇다.

문화선진국들을 보아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활용하지 않는 곳은 없다. 그 힘은 국가 이미지 격상으로 연장되기에 매년 막대한 투자를 하고 개발에 힘을 쏟는다. 루브르 박물관 없는 프랑스, 대영박물관과 테이트 모던 없는 영국, 프라도 미술관 없는 스페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없는 미국은 밋밋하고 심심해서 간이 맞지 않은 음식과 같다. 그곳을 찾는 관광객 수도 급감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잡초처럼 자생해서 스스로 뿌리내린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이 600여 개에 이른다. 이는 국가 규모나 국민 총생산 대비로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막강한 국가 자산이자 문화에너지이다. 새로운 박물관을 하나 세우려면 수백억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고, 그곳을 채우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이미 건립해 놓고 운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공립 박물관이 여러 개 있는 마당에 다양한 소장품에 건립자의 열정까지 덤으로 얻는 사립박물관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안이다. 다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내용이기에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을 재평가하고 정비해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문화정책의 한 축은 쉽게 그 틀을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선일보 2013.01.17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6/20130116030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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