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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천의 ‘온돌방 소통’

김종호

회화·조각·사진·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왔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라는 호칭이 굳어지다시피 한 전수천(66)은 ‘토우(土偶) 작가’로도 일컬어진다. 신라시대 유물인 ‘흙으로 빚은 인형’을 재창조해 현대 사회의 주요 단면과 대비시킨 작품 ‘토우’ 시리즈를 1990년대 들어 발표해오던 그가 1995년에 세계 3대 미술전시회 중 하나인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으로 한국 국적 미술가로는 처음 수상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여러 형상의 토우를 산업 폐기물, 비디오 모니터 등과 함께 설치한 그의 특별상 수상작을 두고, 고대와 현대를 대비시키며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세계 보편의 조형언어로 표현했다는 식의 국내외 전문가들 찬사가 쏟아졌었다. 미술평론가 이용우는 “그가 만든 시간의 인형은 세계 사람들의 가슴으로 파고들어가 역사가 되었다”며 “때로 1500개나 되는 엄청난 수의 토우가 등장해 서로 담소하며 갖는 스킨십, 아기자기하게 소통하는 ‘작은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연출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전수천이 “내 모든 작품 속에는 표현 재료와 형식은 다를지라도 인간과 시간이 들어 있다”고 밝힌 대로 그는 창작의 출발점을 인간의 정신성과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주로 찾는 한편, 인간·공동체·문명·문화 등 여러 각도에서 소통을 모색해왔다. ‘움직이는 드로잉-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신(新)월인천강지곡’ ‘선(線)은 정지를 파괴한다’ ‘잃어버린 미로의 파라다이스’ 등 모든 작품이 그렇다. 

그런 그가 정치권을 비롯한 대한민국 각 분야의 화두가 된 ‘소통’을 주제로 ‘전수천의 사회 읽기’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꿈의 숲 아트센터’에서 지난 18일 개막해 오는 3월 3일까지 연다. 핵심 전시작 중의 하나인 ‘온돌방-소통의 시작’에 대해 그는 “온돌방은 모든 것이 출발하는 공간”이라며 “서로 모르는 관객들이 온돌방에서 잠깐 쉬면서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인간은 위대하고, 재미있고, 알면 알수록 더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는 그의 철학과 천재적 창의력이 접목된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하면서 진정한 ‘소통’의 길을 너나없이 곱씹어볼 귀한 기회 아닐까 싶다.

- 문화일보 2013.01.23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12301033837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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