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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아리랑 vs 강릉단오제

왕설

지난해 12월 5일 유네스코 제7대 무형문화유산위원회가 한국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축하할 일이다. 그 과정에서 곡절도 많았다. 한국문화재청이 2009년 8월 ‘정선아리랑’ 등재신청서를 처음으로 유네스코에 제출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심사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1년 중국이 ‘조선족 아리랑’을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등재한다는 소식에 황급히 다시 추진해 끝내 성공한 것이다.

중국이 ‘조선족 아리랑’을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정했을 때 한국 네티즌들은 ‘어이없다’고 당황해하며 모두들 중국을 욕했다. 이런 걸 보며 한 가지 떠오른 일이 있었다. 바로 ‘강릉단오제’다. 2005년 11월 유네스코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세계무형유산)’으로 ‘강릉단오제’를 선정했다. 당시 중국의 상황과 네티즌 반응은 황당하고 분노가 치민다는 것이었다. 두 사례 모두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이다. 중국에선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후에야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2006년 5월 20일 단오절 민속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리스트도 그때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그 후 몇 년간 중국의 문화유산 신청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강릉단오제 등재와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중국 쪽에서 아마도 단단히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한국과 중국은 경쟁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애쓰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증되면 자국 국민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고, 국가 이미지와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까지 챙길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어느 나라도 이런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문화가 복수의 나라에서 동시에 존재한다면 이에 대한 쟁탈전은 피하기 힘들다. 특히 한·중 양국에서 이런 현상이 심하다. 지리상 아주 가깝고, 옛날부터 교류가 잦았고,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하기에 벌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문화는 변하기 마련이다. 어떤 문화는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계승되지 못한 채 점점 사라지는 반면 한국에서는 크게 발전해왔다. 한국인의 습관에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 문화인지, 아니면 한국 문화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지기도 한다. 이럴 때 남을 비난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우수한 문화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중시하고 유지하는 것은 다른 나라일 수 있어서다. 이를 통해 반성하고 남한테 배워야 한다.

또한 편협한 시각으로만 보면 안 된다. 우수한 문화는 세계의 것이고 온 인류의 것이다. 그 문화가 어떤 나라의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아시아의 문화로서 전 세계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사람이 다 아시아를 잘 아는 건 아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전 세계에 우수 문화를 알리고 관심을 유발하면 아시아 문화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든 박수를 쳐줘야 한다.

최근 들어 ‘국제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지구촌 곳곳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시아 가수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중문화가 이렇게 관심을 받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중국 네티즌도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양국이 이런 식으로 과거의 우수한 문화를 같이 공유하고 전수하고 계승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양국이 합의를 통해 비슷한 문화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등재한다면 어느 한쪽이 혼자 할 때보다 훨씬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또한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기구를 설립한 취지일 것이다.
 

-중앙선데이 2013.01.28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9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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