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예능수업 이렇게 홀대해서야

이두식

요즈음 학교에서 예능 수업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치열한 대학입시 때문이다. 중등교육 과정에서 예능 수업이 선택 과목으로 바뀐 지도 꽤 오래다. 일견 이해는 되지만 화가이자, 미술 선생으로 거의 평생을 보낸 나로서는 할 말이 좀 있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중등교육 과정의 청소년들은 나이 든 나의 눈으로 볼 때 정말 예쁘고 귀하다. 그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이 세상 모든 생물체 중 인간이 중심이며, 그중 꽃다운 성장기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사랑스럽다는 것은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그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정말 중요한 사안이다.

사물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기 시작하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장이 활발한 사춘기에 감성 교육, 즉 예능 교육은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함이 미술 선생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급격히 발달해가는 과학기술 및 디지털문명으로 현대인의 감성은 날로 메말라간다. 자연환경의 무차별적인 파괴 또한 성장기 청소년을 위협하고 있다.

지식과 학습이 물론 중요하지만 예능적 감성 교육이 동반돼야 인간 감성이 제대로 길러진다. 머릿속에 지식만 끝없이 집어넣는다면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한낱 기계적 인간만 양성할 뿐이다. 달덩이처럼 뽀얗고 우아한 조선시대 백자를 보고도 아무런 예술적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들의 미래는 너무 삭막하지 않겠는가.

소질이 있거나 없는 것은 별반 중요치 않다. 다소 음정이 틀려도 가곡을 흥얼거릴 수 있는 여유, 묘사력이 좀 없어도 대상의 특징을 화폭에 옮기며 즐기는 미술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모두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깜짝 놀랄 청소년들의 범죄,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패륜, 연이은 자살 등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은 것 같다. 삶의 아름다운 감성 교육으로 얻어질 따뜻하고 속 깊은 인간관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너무 가슴 아프다.

음악 분야에서 한류 아이돌그룹이 자랑스럽게 세계 정상을 누비고, 청소년들이 쉽게 감흥하는 대중음악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균형적인 감성을 위해서는 우리의 가곡이나 클래식 음악의 교육도 필요치 않을까? 음악전문가는 아니지만 한 번 생각해본다.

미술도 디지털미술의 발달로 게임상으로만 보는 동영상 조형, 기발한 아이디어 위주로 만들어지는 시각예술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말초적 감성만이 존재하는 게 시각예술인 줄 착각할까 봐 조금은 걱정이다.

우리 미래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모든 분야가 노력하되,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학식, 지식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중등교육 과정에서 건전하면서도 다양한 개성을 일깨워주는 예능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균형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 헤럴드경제 2013.01.30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30129000591&md=20130130113603_AN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