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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약탈문화재

조용호

1810년 터키 주재 영국 대사 토머스 부르스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벽체를 모두 떼어내 영국으로 실어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이후 10여년에 걸쳐 디오니소스상을 비롯한 250여점의 신전 석조물을 영국으로 빼돌려 자신의 저택을 치장했다. 가세가 기울자 이 문화재들을 영국 정부에 팔아넘겼다. 이 고색창연한 문화재들은 지금도 영국박물관 한 구석을 당당히 채우고 있다.

1998년 당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의회가 통과시킨 ‘약탈문화재 반환 금지법’에 최종 서명했다. 옐친 대통령은 집권 이후 옛 소련이 2차대전 종결 후 패망한 독일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반환한다는 데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의회를 비롯한 러시아 내부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굴복한 것이다. 

한 번 유출된 문화재를 다시 찾아오기는 쉽지 않다. 명백한 약탈 정황이 드러나도 약탈 당사국이 국내 여론을 등에 업고 버티면 속수무책이다. 문화재청은 1980년대부터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올 1월 현재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는 총 14만912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중 상당수가 주로 일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0여년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일제가 왕릉과 고분까지 파헤치면서 불상, 탑, 도자기 등 최소한 10만여점의 문화재를 약탈해 갔으나 한국 정부의 환수 노력은 거의 없다”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끈 적도 있다.

일본 쓰시마에서 국보급 통일신라 동조여래입상과 고려시대 관음보살좌상을 훔친 한국의 원정절도단을 검거했다고 그제 대전경찰청이 밝혔다. 범인들은 큰돈을 벌어보자는 일념으로 범행을 공모해 사찰 지붕까지 뚫고 들어가는 치밀하고 대담한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약탈된 증거가 없는 한 일본에 반환해야 한다.

해외 문화재 환수 노력은 지속적이고 치밀하게 전개돼야 한다. 민간단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번에 드러난 절도는 수법이 놀랍고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점에서 혀를 차게 된다. 오히려 약탈문화재 환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에 가깝다.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 세계일보 2013.01.31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30130024792&cid=&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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