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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우리 작가의 발굴과 지원

이학준

한때 홍콩경매 작가라는 칭호가 국내 미술시장에서 돌았던 적이 있었다. 홍콩의 한 세계적인 경매에서 잘 팔리는 작가들이 있어서 생겨난 얘기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 더 정확히 얘기하면 국내 미술시장의 침체가 시작되기 전까지 유효했던 단어다. 

홍콩 진출을 눈앞에 뒀던 나로서도 이것은 궁극적으로 다른 경매회사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인 만큼 더욱이 이 작가군에 깊은 관심을 가졌었다.

타이베이에 출장 갔을 때 타이완 컬렉터의 집에 저녁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었다. 대형 컬렉터는 아니지만 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 분으로 집에 가보니 중국 현대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일본 작가의 작품도 이미 소장하고 있었다. 이 분이 나를 집으로 초대한 이유는 한국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싶은데 어떤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게 좋은지를 묻고 싶었던 것이었다.

중국 현대 작가의 작품가격은 이미 너무 비싸고 한국 작가의 경우 작품수준도 높고 앞으로 전망이 좋을 것 같아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고 싶다고 했고 이후 한국 작가의 작품을 몇 점 구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3년쯤 흐른 뒤에 이 분을 홍콩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그쪽의 반응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그분이 대뜸 한다는 얘기가 한국 작가 작품의 가격이 너무 떨어져 이제는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경매에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소장가가 우연히 서울에 있는 우리 전시장을 들렸다. 마침 중저가 미술품 위주로 한 경매전시가 있었는데 전시를 둘러본 그의 표정이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한국 작가의 작품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좋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본인의 철학은 아무리 가격이 싸도 카피작품은 절대 걸어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게 웬 떡이냐 하는 표정이었다. 그 분 덕분에 낙찰률은 올랐으나 뒷맛은 영 씁쓸했다.

일반적으로 공산품의 경우 내수시장이 안 좋으면 해외시장을 공략하면 된다고 한다. 품질이 규격화돼 있어 어느 회사제품이 성능이 좋은지 가격이 좋은지 비교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품은 예술작품이라는 성격상 규격화돼 있지 않을뿐더러 계량화하기도 힘든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홀대 받는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스스로 작가를 발굴하고 우리 미술계를 육성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시점이다.

- 서울경제 2013.02.14
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201302/e20130213182320483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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