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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광형] 유진룡 장관 후보자의 컴백

이광형

“7년 만의 화려한 컴백.” 지난 13일 내정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하는 얘기다. 유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2월 문화부 차관에 임명됐으나 6개월 만에 갑자기 경질됐다. 당시 청와대는 신문유통원 출범에 대한 업무 태만이 경질 사유라고 밝혔지만, 관가에서는 문화부 산하기관인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 추천 과정에서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요구를 거부한 게 보복으로 돌아왔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가 인사 청탁을 거부하자 양정철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라고 협박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유 후보자가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 양 전 비서관은 “당시 저는 ‘배 째 드리지요’ 발언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며 아무 근거도 없는 일방적 허위주장’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며 “거짓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내왔다.

경위야 어찌됐건 유 후보자는 불명예스럽게 관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수난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행성게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자 출국금지를 당하고 감사원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게임장 경품용 상품권 제도 도입 당시 주무 국장이었다는 게 이유였으나 ‘괘씸죄’에 걸렸다는 게 문화부 직원들의 생각이었다. 능력 있는 관료를 잃었다며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 문화부 재직 시 부내 인기투표 때마다 1위에 올랐으니 아쉬움이야 오죽했을까.

유 후보자는 관직을 떠난 이후 교육자로 변신해 을지대 교수를 거쳐 현재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관가와 거리를 유지해 온 그는 이명박 정부 중반기인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내정돼 공식 발표까지 났으나 스스로 “적격이 아니다”며 고사한 바 있다. 그가 차관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에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화부 직원들은 손뼉을 치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문화부 출범 이후 내부 인사가 장관 후보로 발탁된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더욱 반겼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8년 행정고시(22회)로 공직에 들어선 유 후보자는 문화부 국제교류과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장, 문화부 종무실 종무관, 공보관, 문화산업국장, 기획관리실장,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쳤다.

문화행정으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인 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문화부 한 직원은 “유 후보자가 문화예술분야 전반에 두루 정통한 데다 부처 업무에도 밝아 장관으로 취임하면 따로 업무보고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2006년 차관 임명 당시 재산이 7억5300만원이고 해군 중위로 병역을 마쳤으니 국회 청문회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가 장관으로 부임한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문화예술은 물론이고 관광과 체육 등 각 분야 업무에 눈코 뜰 새 없을 것이다. 과거의 ‘배 째라’는 논란과 ‘바다이야기’ 사태에 더 이상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공직자들 사이에 인기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정책으로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어야 진정한 인기가 아닐까 싶다.

문화부가 14일 발표한 ‘2012년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창작 활동으로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문화예술인이 66.5%이고, 수입이 전혀 없는 예술가도 26.2%에 이른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 정책 개발로 오랫동안 박수를 받는 장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 국민일보 2013.02.16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904486&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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