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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살아 숨쉬는 랜드마크 문화

김형수

폐발전소에 문화 입힌 런던의 기적
영국 런던 동쪽 슬럼가의 수력발전소를 개조한 ‘와핑 프로젝트’는 수력발전 장비를 그대로 둔 채 레스토랑과 갤러리를 운영해 새로운 문화인터페이스를 만들어냈다. 이곳은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가 있던 곳으로, 1981년 발전소가 폐업한 뒤 20년간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이 건물 때문에 주변 지역이 슬럼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런던시는 과거 수력발전소 형태를 최대한 살린 디자인으로 레스토랑과 전시장을 만들었고, 미디어아트 같은 융복합적 전시를 통해 런던 문화예술의 명소가 됐다. 기존 장소성을 새롭게 활용한 공간과 콘텐츠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사례다.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교수·미디어아트학
1997년 스페인 바스크의 빌바오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됐다. 빌바오는 제철소, 조선소 등이 즐비했던 공업도시였지만 철강산업이 쇠퇴하고 바스크 분리주의자의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도시기능이 점차 침체됐다. 바스크 지방정부는 빌바오가 몰락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해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미술관을 완공했다. 그리고 20세기 현대미술을 이끌어 온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문화적 변방이던 이곳을 현대미술의 중요한 거점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가면 영상테마파크인 퓨처러스코프가 있다. 미테랑 정권 때인 1980년대 전반부터 정보화정책 일환으로 추진돼 1987년에 개장했다. 프랑스 지방도시의 경제적 수익기반을 구축하고 과학기술 교육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이 테마파크를 설립했다. 이 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인 공간의 건축물과 다양한 영상콘텐츠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 영상 공간에서 최적화된 3D, 4D 영상콘텐츠는 관객의 오감을 확장시켜 주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스크린은 가상공간으로만 작동되지 않고 물리적인 현실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첨단적인 테마파크가 즐비한 오늘날에도 퓨처러스코프는 여전히 첨단적인 테마파크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에 조성되고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안에 미디어아트 기반 전시관을 포함해 대형공연장을 갖춘 설문대할망 전시관이 들어선다고 한다.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웠다는 제주도설화의 주인공인 설문대할망의 몸집 크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규모의 공간이라 한다. 돌문화공원은 한국 최초의 스토리텔링 테마파크라 할 수 있는 탐라목석원과 구 북제주군이 상호 협약을 통해 제주도의 자연을 콘텐츠로 만들어가는 문화프로젝트다. 현재 제주도엔 이런저런 사설 박물관과 전시관의 수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제주도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랜드마크로서의 문화예술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제주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근래 들어 지자체의 특성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돌문화공원같이 장소성을 부각한 문화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부산 국제영화제처럼 콘텐츠 중심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문화프로젝트도 있다. 또한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 같은 장소성과 콘텐츠를 동시에 구축하는 문화프로젝트도 있다.

산업적 가치가 강조되는 요즈음 문화와 예술은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로 활용되지만 문화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문화적 정체성을 살려가면서 콘텐츠를 축적하는 창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럴 때 축적된 콘텐츠에서 문화적 향기를 낼 수 있다. 문화에선 향기가 난다고 말한다. 돈에선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문화가 향기를 내려면 돈이 필요한데 냄새가 향기로 만들어지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

-세계일보 2013.03.02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30301001986&ctg1=05&ctg2=02&subctg1=05&subctg2=02&cid=01011005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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