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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에 부는 韓流

최영창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을 해외에 알린 전시로 손꼽히는 것이 고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기획한 ‘한국미술 5000년’전이다. 1976년 일본 3개 박물관을 시작으로 1979∼1981년 미국 8개 박물관을 순회전시한 데 이어, 1984∼1985년 유럽 3개 박물관에서 개최됐던 ‘한국미술 5000년’전은 ‘우리나라 박물관사에서 길이 빛나는 전시’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 가운데 10·26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와중에 2년5개월 동안 미국 8개 도시를 순회한 ‘한국미술 5000년’전에는 기원전 3000년 전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부터 현대의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그림까지 354점이 출품돼 이전 우리 문화재 국외 전시와 비교해 규모도 가장 크고 내용도 알찬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여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표면적인 성과와 달리, 정작 미국 내 반응은 온도차가 작지 않았다. 가령 1979년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에서 ‘한국미술 5000년’전을 진행할 때 관리관으로 미국에 체재했던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한국 하면 6·25 전쟁과 태권도밖에 모르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골든 게이트 파크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은 바로 옆 쌍둥이 건물에 자리잡은 엠 에이치 드 영 기념 박물관(M. H. de Young Memorial Museum·이하 드 영 박물관)과 연결돼 있었는데, 드 영 박물관의 투탕카멘 전시회 관람객들은 ‘한국미술 5000년’전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한국미술 5000년’전을 본 관람객들은 투탕카멘 전시회보다 볼거리가 다양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전시유물의 질을 떠나 투탕카멘의 인지도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할까. 황남대총 출토 금관 등 국보와 보물 21건 26점을 포함해 신라유물 94건 132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가 오는 10월 29일부터 2014년 2월 23일까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하 메트)에서 열린다. 5년 전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의 제안이 결실을 본 이번 특별전이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메트의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올해 메인 전시로 기획됐다는 점이다. 

한 해 40여 개 정도 열리는 메트의 특별전 가운데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고대 그리스 로마 전시실과 인접한 1층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는 5, 6개 전시다. 시기적으로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기간에 개최되는 특별전이 가장 중요한데 ‘황금의 나라, 신라’가 바로 이 같은 조건에 부응한다. ‘한국미술 5000년’ 순회전을 비롯, 여러 차례 한국 관련 전시가 메트에서 열렸지만 이번 특별전처럼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메트의 이번 특별전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등 우리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 체계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내에서 한국문화 전시를 통해 펀드레이징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 지난 30년 간 한국의 국력 상승이 뒷받침된 것이다. 

대영박물관도 ‘황금의 나라, 신라’전에 관심을 보이는 등 문화유산 분야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2016)과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기념해 2015년 프랑스에서 추진 중인 한국 문화재 전시도 파리 그랑팔레 메인홀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메트의 특별전이 한류가 드라마와 케이팝(K-POP)을 넘어 한국문화의 원형인 문화유산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문화일보 2013.03.13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3130103383007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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