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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의 문화 소프트파워

최연충

지구상에서 우리나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남미의 작은 나라 우루과이,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국토 면적에다가 부존자원도 그다지 내세울 게 없는 나라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4000달러에 이르고 삶의 질에 있어서도 남미국가 중 수위를 다투는 강소국이다. 사람 수에 비해 소가 훨씬 많고, 사람보다는 소의 건강을 더 챙긴다는 우스갯말이 있을 정도로 농·목축업을 주요 소득기반으로 삼고 있는 나라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천혜의 청정자연을 내세워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관광강국이기도 하다. 

남반구의 여름이 시작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초까지 우루과이의 해변 곳곳은 인근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물론이고 세계 도처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라면 단연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푼타 델 에스테(Punta del Este)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대서양의 짙푸른 물빛과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백사장, 아기자기한 해변카페, 눈부신 햇살이 어우러진 명소로서 198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첫 테이블이 마련됐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주인구가 2만 명도 되지 않는 이 작은 도시에 매년 크루즈선이 줄지어 찾아오고 관광객들이 앞다투어 몰려드는 것은 뛰어난 자연조건 이외에 이 도시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 때문이 아닌가싶다. 바로 우루과이 근대 화단의 거목 카를로스 빌라로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피카소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받았지만 그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개척하고서 세계 곳곳에 수많은 걸작 벽화를 남기고 있는 빌라로, 우리 나이로 올해 꼭 아흔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푼타 델 에스테의 자연을 즐기며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푼타 델 에스테를 찾는 이라면 예외없이 들르게 되는 곳이 있으니 이름하여 카사 푸에블로(Casa Pueblo·사진), 도시 초입의 해안절벽에 붙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동화속 궁전 같은 이 건축물이 바로 빌라로 작품의 산실이다. 

그가 직접 구상해 설계도도 없이 무려 36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공들여 완성한 이곳은 그의 아틀리에이자 작품 전시관이며 탁 트인 대서양을 조망하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외관도 빼어나거니와 내부의 각 공간을 미로처럼 배치해놓아 관람객의 호기심을 한껏 불러일으킨다. 

가끔씩 빌라로가 아틀리에를 나와 전시관에 내려오면 그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잇는다. 카사 푸에블로와 함께 그 주인장인 빌라로의 존재 자체가 대단한 관광자원인 셈인데,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져 푼타 델 에스테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안겨주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단적인 사례에서 보듯이 문화예술이 갖는 브랜드 가치가 도시의 지명도를 높이고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많은 경우 전시성 행사에 치우치고 있는 듯하여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찬란한 불교유산, 그윽한 소리예술, 팔도 산하에 널려있는 정자와 누각, 이름난 선비나 종가의 고택은 물론이고, 강호의 장인, 고을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기담과 전설, 시대를 풍미한 시인묵객들의 발자취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문화적 원석들이 우리의 애정어린 눈길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다. 

품격있는 문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창조경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이룩한 성취를 넘어서 이제 문화 소프트파워를 키워 국부도 늘리고 국격도 높여나가야 할 때다.

- 문화일보 2013.03.27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3270103372311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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