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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반환 한국이 모범 보여야

한창만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조선 왕실 문화재를 10월 1일부터 23일까지 공개하기로 했다. 공개문화재에는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할 당시 착용한 투구와 갑옷 등이 포함돼있다. 이들 문화재는 일본인 수집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소장하고 있다가 그의 아들이 1982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들 문화재의 존재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한국측에 관련 정보를 알려준 이는 가사이 아키라(笠井亮) 일본 공산당 의원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 대표 혜문 스님은 가사이 의원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뒤 도쿄국립박물관 측에 투구와 갑옷의 공개를 꾸준히 요구했다. 박물관측은 결국 '조선 왕실의 물품으로 추정되는 문화재'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으며 최근에는 이 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에게 투구와 갑옷의 존재를 직접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고종의 손녀인 이해경씨가 이 투구와 갑옷을 반환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 제니야 마사미 도쿄국립박물관장 등에게 보내기로 하면서 반환 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보급 문화재의 환수 운동에 복병이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문화재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對馬)섬에서 한국으로 밀반입한 불상 2점의 반환 문제가 양국의 새로운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난 불상 중 하나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당초 충남 서산 부석사에 보관돼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국 법원은 도난 불상이 안치돼있던 쓰시마섬의 관음사로 돌려주는 것을 보류하라는 가처분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일본은 이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최근 부석사 승려 일행이 불상 반환이 보류된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관음사를 방문했을 때 보여준 일본 언론의 보도가 이런 정서를 대변한다. 부석사 측은 관음사를 방문할 당시 국내 작가가 제작한 청동 불상과 마스코트 인형을 선물로 준비했는데 일본 언론은 이 인형이 한국 돈으로 1만원 가량이며 절 앞 가게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두드러지게 보도했다. 부석사가 문화재와 싸구려 기념품을 맞바꾸려 한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일본의 일부 보수 언론은 2010년 한일강제병합 100주년 당시 일본이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1,200점의 도서를 한국으로 반환한 것이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화재를 돌려주었더니 이제는 한국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라면 모두 약탈한 것이라는 억지 논리를 편다고 이들 언론은 주장한다. 심지어 2010년 당시 문화재 반환을 주도한 정치인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문화재의 한국 반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고종 황제 투구와 갑옷의 반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혜문 스님 등도 기자 회견을 통해 '(쓰시마에서 밀반입한) 동조여래입상은 법적 유통 경로를 입증할 아무런 사실의 기록이 없으며 가처분이 신청되거나 받아들여질 이유도 없다'며 '지체 없이 일본에 인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타당한 주장이다. 해당 문화재가 도난품인지 정당한 경로를 통해 건너간 것인지 역사적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도굴꾼이 한국으로 훔쳐온 물건이라면 일단 돌려준 뒤 역사적 사실을 따져야 합리적이다. 한국이 상식적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향후 문화재 반환에서 일본에 상식적인 요구를 할 근거가 약해진다. 문화재 가치의 경중을 나누자는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


- 한국일보 2013.04.15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4/h20130414210234849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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