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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기 또는 뿌리내리기?

정준모

떠돌기 또는 뿌리내리기?


글/ 정준모(문화정책,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꽃 같은 아이들을 바다에 묻고, 눈물조차 말라버린 지금 문화를, 예술을 논의하는 것은 사치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이 사회와 국가의 시스템을 지탱하는 기본 틀이라는 점에서 당장 필요한 '국가재난 관리시스템'만큼 중요하다. '살겠다'는 이성적 결정보다 '살려야 한다'는 감성적, 인륜적 판단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어떤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 문화예술은 배의 복원력 같은 사회적 기초라는 점에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끝없는 희망과 도전의 과정이 문화며 예술이다. 우리는 그간 '잘 살아보자'는 구호에 취해 과정보다 성과와 결과를, 감성적 선택보다 이성적 판단이 절대적이었다. 물론 이런 태도는 경제 급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느끼듯 세상이, 대한민국이 바뀌지 않았는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농업에서 산업국가로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문화적 인식과 사회적 태도는 오늘의 대한민국에 걸맞게 '균형'을 잡고 있는가? 외형과 내실의 불균형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 사고의 원인이다. 문화란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두 바퀴중 하나이다. 그간 우리는 앞바퀴가 돌아가면 뒷바퀴는 저절로 따라 돌아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자 자만이었다.

 

이제라도 우선 시대를 따라잡고, 선도하기위해서 우리의 '문화'라는 뒷바퀴를 손봐야한다. 문화는 가시적 또는 실체적이기보다는 마음에 관계된 때문에 새로운 문화정책을 시행해도 쉽게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압축 성장을 통해 시대와 사조를 건너뛰며 월반을 한 탓에 검정고시로 대학진학 한 것처럼 축적된 학교생활의 경험과 생각도 부족하다. 한국사회의 빈부격차, 복지논쟁, 대형인재가 계속되는 것도 이런 사회적 월반으로 문화와 인문을 방기하여 나타난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의 원인이다. 경제와 문화의 균형발전을 수없이 지적했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모두 나 몰라라 하지 않았던가. 사실 정부 수립 이후 문화정책은 1972년 제 3공화국 때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정책은 '민족문화 창달'의 기조아래 경제와 문화의 균형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후 문화도 경제처럼 정부주도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그 후 정부는 '문화예술진흥위원회'(현재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돈'을 수단으로 문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돈만 준다고 문화와 예술이 발전할 수 있을까.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중동 산유국들을 보면 돈으로 안 되는 것이 문화고 예술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가발'에서 '반도체' 수출국으로, 대학진학률 80%의 나라가 되었어도 여전히 우리 문화정책은 '돈'을 나눠주는 '달래고 어르는' 정책이다. 이런 개발도상국가형, 정부주도 문화정책(?)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이는 2종 보통운전면허로 8톤 트럭을 몰겠다는 것과 같다.

 

'예술인복지법'과 '복지재단'도 따지고 보면 '돈'을 나눠 주는 정책이다. '예술인의 직업안정, 사회보장 확대, 직업안정과 예술인을 위한 특화된 복지 지원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행'을 목적으로 하나 예술가라는 직업은 자고로 '안정'적일 수 없는 속성이 있다. 또 국민이면 거의 모두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받는다. 그럼에도 굳이 법이 인정하는 예술가들에게만 '복지'를 제공한다면. 정작 복지가 필요한 것은 그 법이 인정하지 않는 예술가들인데 말이다. 국민세금을 쓰는 정부정책이란 재원의 한계로 예술활동증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술가'를 정부가 특정 하는 것이야 말로 비문화적이며 예술에 대한 무지의 발현이다. '문화가 있는 수요일'도 호응은 좋다고 하나 문화소비를 '싸게' 또는, '공짜로'제공하는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화생산자들은 어디서 생산비를 충당하나. 결국 이 제도가 문화예술의 선 순환구조,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본 것일까.

 

이제라도 문화정책은 '자원', 즉 '돈'을 직접 분배 또는 투입하지 말고 정부는 문화예술의 도로, 항만, 공항처럼 기본 인프라를, 민간은 자율적으로 문화예술을 지원·참여·소비할 수 있는 세제혜택 등 방안을, 나머지는 예술계에 맡기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또 '문화융성'은 상대적 빈곤과 문화적 열등감을 치유하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문화복지'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이제부터 문화정책은 철학을 갖고 핵심가치와 비전을 분명하게 세워 어떤 수단으로 그것을 실현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제 돈으로 해결하는 황금만능주의적 수단으로 문화융성을 꾀하지 말고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기본을, 원칙을 지닌 문화정책을 세우자. 구구단부터 외워야 인수분해, 함수를 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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