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재기
산책길의 끝이자 미술관 동선의 마지막 부분의 지하에 터렐관이 있다. ‘남쪽 절’ 속의 작품과 가장 비슷한 것은 어둠 속에서 빛으로 환영을 경험하는 작품 ‘웨지워크(Wedgework)’다. 터렐관에는 또 눕거나 앉아 수시로 변하는 하늘의 색깔을 보며 어느 게 진짜 하늘인지 헷갈려 눈을 의심하게 되는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 공간감 같은 인간 지각의 부실함을 깨우치는 ‘간츠펠트(Ganzfeld)’, 회화인지 진짜 하늘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결국 계단을 올라선 뒤에야 알게 되는 진실에 아찔한 전율을 느끼는 ‘호라이즌(Horizon)’도 있다. 터렐 작품은 해가 질 무렵 진행되는 ‘일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보다 온전하게 체험할 수 있다.
보고 듣고 느끼며 오감을 일깨우고 미술관을 되돌아 나오는 길. 총 4㎞에 이르는 동선이지만 뿌듯하다. 모처럼 디지털 시간을 벗어나 아날로그 세상의 느릿함, 겨울 자연, 예술가의 뜨거운 혼을 만끽하니까. 문득 한 지인의 자문자답이 새삼 떠올랐다. “대나무가 왜 부러지지 않고 곧게 뻗으며 예쁘게 자라는지 아냐. 마디 때문이지. 사람도 살아가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 그런 마디를 만드는 게 좋아.” 어쩌면 이 겨울여행이 뿌듯한 것은 서민의 팍팍한 일상을 벗어나 길을 나선 용기, 한번쯤 그 마디를 만들려는 내 의지가 대견해서이지 싶다. ‘뮤지엄 산’ 문의는 (033)730-9000.
원주 | 도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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