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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고갱으로 본 도전의 심리

새해가 되었다.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12월 31일과 하루 차이일 뿐인데, 새로운 시작이다. 이룬 거 없이 한해가 가버렸다고 자책했던 지난 연말과 달리 다시 새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게 된다. 우리는 과거에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현재의 자신과 분리시키고 싶어 하고 이전에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뭔가 선을 긋고 싶어한다. 이때 새해라는 새로운 시간적 변화는 과거에 완벽하지 않았던 자신을 잊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완벽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뒤로 재치고 완벽하고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갖추고자 새로운 다짐을 한다. 연말에 실망할지라도 새해가 되면 우리는 또다시 도전한다.

좌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나 성공한 화가의 예는 정말 많다. 폴 고갱 또한 도전의 작가이다. 그는 기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3살 때 프랑스를 떠나서 페루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버지를 잃게 되고 어머니조차 잃은 후 19살 때부터 후견인과 같이 살게 된다. 그 후견인은 갑부로서 많은 화가들의 후원자인 동시에 그림 수집가였다. 이때 외젠 들라쿠아, 귀스타브 쿠르버와 같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접했던 경험이 이후 고갱이 화가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5살 때부터 고갱은 증권 중개인 일을 했지만 그림에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모네, 르누아르 그림들을 수집했고, 틈틈이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공황기가 닥치면서 직업이 불안정해지자 결국 37살에 고갱은 예술적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가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도전을 하게 된다. 전문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기존의 다른 작품들이 지나치게 인위적이라는데 실망하고 완전히 새로운 화법을 시도하게 된다. 그의 일상 또한 완벽히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그는 가족을 두고 타이티 섬으로 혼자 떠난 뒤 죽을 때까지 그곳에 머물게 된다. 원시 토착인들로부터 영감을 얻으면서 새롭고 획기적인 작품들을 시도한다. 다른 화가와는 달리 프랑스의 사교계에서 활동한 것이 아니라 타이티 섬이라는 미지의 섬에서 그림에 몰두한 것에서 고갱의 도전적인 성향을 알 수 있다. 그는 약물과 술에 중독되며 오랜 시간 동안 우울증을 앓고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다. 54세라는 젊은 나이에 홀로 죽음을 맞이했을 정도로 불운한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갱은 그 당시 부흥하고 있었던 인상주의를 무시한 채 여러 색채와 다양한 접근방법 및 실험에 매진해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발전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괜히 다른 것을 시도했다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심리, 남들과 다른 것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 건지와 같은 타인 의식 심리들도 작용한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다. 처음에 비록 실패한다 하더라도 반복되는 시도는 언젠가의 성공으로 보상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텍사스 대학교에서 이뤄진 한 실험에 의하면 60~90세 참여자가 3개월 가량 새로운 것을 배운 집단과 그저 친목모임만 하게 한 집단으로 나누고 두 집단을 비교했다. 사진을 찍어서 편집, 인화하는 작업을 배우는 것 또는 컴퓨터와 연결된 재봉틀로 자수 놓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한 집단이 친목 도모로 환담했던 집단보다 3개월 후 인지 능력이 훨씬 향상됐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험 그 자체가 그것을 경험한 이들의 전반적인 사고와 지적 능력을 향상시켰다는 결과다.

‘이 나이에 무얼 시작해’라고 스스로 단념하지 말자. 도전의 두려움은 단순한 두려움에만 그치지 않는다. 극도의 두려움을 느낄 때 우리 뇌에는 코카인을 했을 때의 암페타민과 유사한 물질이 작동한다. 도전은 마약과 같은 묘한 짜릿함이 있는 것이다. 자, 또다시 새해가 왔다. 이후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도전 그 자체의 짜릿함을 느껴볼 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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