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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로컬컵

김준기

월드컵이 한창이다. 월드컵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건 2002년의 일이다. 붉은 악마 신드롬으로 거리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그해의 한국 첫 경기는 폴란드전이었다. 손석희와 브리짓 바르도의 개고기 논쟁이 있었던 터라, 나는 주변 사람들과 ‘개고기 월드컵’이라는 파티를 벌였다. 개고기와 공놀이가 엮이는게 싫었다. 문화적 차이를 경멸하는 1세계의 저주를 조롱하고 싶었다. 그다음 경기는 거리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서 봤다. 공놀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거리의 사람들이었다.

시민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거리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월드컵 이벤트는 위험한 흐름을 동반했다. 전 지구를 들었다 놓는 월드컵은 가면 갈수록 공놀이가 아니라 돈놀이에 힘자랑으로 번져가고, 상업주의와 국가주의가 급부상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뒤돌아볼 틈도 없이 온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의 소비 대중으로 직조되고 있었다.

월드컵의 일방주의를 성찰하는 의미로 ‘로컬컵’(쌈지스페이트, 2002)을 기획했다. 많은 작가들이 월드컵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다. 이한열을 패러디한 조습의 퍼포먼스 사진과 1987년과 2002년의 거리를 교차편집한 박영균의 영상과 페인팅 등 명작들이 탄생했다. 매스미디어와 대중, 광장의 문화정치, 국가와 자본 등 다양한 이슈들 속에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에 관한 성찰이 녹아들었다.

다시 월드컵을 넘어 로컬컵을 생각한다. 월드컵이 전 지구적인 차원의 뜬구름 같은 놀이라면 로컬컵은 우리 동네 차원의 몸에 와 닿는 삶 그 자체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전 지구적 소통이나 국가적 의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터에서 벌어지는 나날의 상황과 풍경이다. 국민으로서 행복을 찾는 것보다 가까운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활 속의 행복을 발견하는 일이다. 나라사랑을 선언하기보다는 동네사랑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최근에 ‘넥스트 코드’ 참여작가 5인을 선정, 발표했다. 김미소, 이원경, 김훤환, 신성호, 조경란.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새 얼굴들이다. 전국적인 예술가, 세계적인 예술가의 출발점은 여기 대전이다. 대전을 위한, 대전에 의한, 대전의 예술가를 주목하는 것이 문화민주주의를 향한 첫걸음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도시의 예술가를 따뜻하게 품어 안을 때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예술가가 나올 수 있다.

염홍철 시장의 취임 첫날 오후 일정에 대전시립미술관 전시 개막식 참석이 있다. 첫 현장 방문지로 미술관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문화시장으로서의 지향성을 감지할 수 있다. 문화정치는 관과 민의 협업에 의해 완성된다. 관료의 통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관민협치(Governance)이다. 문화도시 대전의 로컬컵을 월드컵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상의 축제로 완성하는 일은 시민의 몫이다. 월드컵에서 뛰는 선수들도 어릴 적 동네 축구부터 시작한다. 대전발 예술이 세계적인 예술의 출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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