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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과스밈] 광화문 복원 ‘공기 단축’ 유감

노형석

“복원이 너무 빠르다고? 사실 지루했다. 공사는 지난 연말 끝낼 수도 있었다.”

국내 전통 건축의 대표적 장인이자 궁궐 복원 책임자인 신응수 대목장은 거침없이 말했다. <한겨레>가 광화문 공기 단축에 따른 부실 공사 우려를 지난 1일치 지면(1면)에서 지적한 그날 낮 문화재청 간담회에서 그가 나와 던진 해명은 당당했다. “공정을 빠르게 당겼지만, 공사는 원칙에 따라서 했다. 부실 지적은 말도 안 된다”고.

대부분 언론은 그의 말에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숨죽인 고건축계에서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와 부실 시공 논란만 해도 신씨는 기와 아래 생석회, 화강흙을 섞은 강회다짐이 마르지 않으면 기와를 올릴 수 없다고 했지만, 공정에 쫓기면 강회의 겉만 말리거나, 강회 두께를 얇게 하는 등으로 기와를 빨리 올릴 수 있다는 게 현장 장인들 이야기다. 문화재표준수리시방서에는 강회 건조기간을 최소 1주일로 정했지만, 지금 장마철에는 2~3주 여유를 주어야 한다는 견해였다. 지붕 마감에서 대나무·싸리나무 발인 산자 대신, 개판(나무판)을 덮는 공법을 쓴 데 대해서도 신씨는 “공사 기간이 (산자보다) 오히려 오래 걸린다”며 졸속이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다른 장인들은 머리를 저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전문가는 “산자 공법은 발은 빨리 설치할 수 있어도, 그 사이 덮는 강회, 흙을 온전히 말리는 데 최소 10일이 걸려 개판보다 훨씬 공사가 늦어진다는 게 상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기에 공정별로 깔끔히 현장을 정리하며 진행하는 전통 공사의 원칙은 무시되었다. “단축 방침이 하달된 6월 이후 공사장은 여러 공정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고 광화문 공사 관계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광화문 복원은 우리를 더욱 낯 뜨겁게 만든다. 금당벽화로 친숙한 고도 나라의 고찰 호류지의 대수리(1934~1985)는 51년, 다른 절 도쇼다이지의 대금당 수리도 낙성식 때까지 12년이 걸렸다. 올해 천도 1300돌인 나라의 옛 궁궐터 헤이조큐의 경우 올해 끝나는 대극전(정전) 복원은 공사만 12년, 연구 고증 기간까지 치면 38년을 기다렸다. 복원을 맡은 국립나라문화재연구소 쪽은 “옛 구조뿐 아니라 설계 복원까지 염두에 둔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교토의 한 문화재 복원 전문가는 “복원 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왜 짧게 하느냐는 의혹을 당연히 받게 된다. 특정 행사 시점에 맞춘 복원은 상상할 수 없다”고도 했다.

광화문 복원의 기본 정신은 불탄 숭례문 복원과 다르지 않다. 두번 불타고 두번 헐린 이 문의 처절한 과거사를 반성하고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는 의미가 크다. 그런 본질을 뭉개고 뜬금없는 공기 단축을 강행하는 건 역사를 모르는 광기에 가깝다. 외국 복원 사례에 비춰 정부가 강조하는 국격에도 걸맞지 않다. 현재대로 단축 복원이 강행된다면 광화문은 다음달 번듯하게 완공되더라도 박정희 시대의 가짜 콘크리트 광화문처럼 두고두고 뒷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한겨레 20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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