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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 수적천석(水滴穿石)의 표상이 된 그림 같은 사람

김종규


수적천석(水滴穿石)의 표상이 된 그림 같은 사람, 김달진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상임고문삼성출판박물관 관장>


 

 

그림 자료 수집을 좋아하던 한 시골 소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한평생을 거기에 바쳤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시골 소년의 머리에도 흰 서리가 내려 앉았다. 하지만 그조차도 그림 수집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어깨가 쳐질 만큼 가방 가득 미술 자료를 챙기며 전시회 이 곳 저 곳을 다니고 있다. 이 책 주인공 김달진이다.

김달진은 참 무던한 사람, 재미있으면서 친숙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식상하거나 가식적이지 않으며, 묵은 장처럼 촌스러운 맛이 나는 사람이다. 여기서 촌스럽다인간적임을 뜻한다. 하지만 어찌 그를 몇 개 단어에 담을 수 있으랴. 김달진은 그저 김달진,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이자, 자기만의 인격을 가진 고유명사일 뿐이다.




2015년 삼성출판박물관에서 미술교과서 16종 기증



그를 깊게 모르는 사람들은 어쩌면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후, 빛의 속도로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를 경험한 대한민국에서 돈이 되지 않는 미술 자료 수집이라는 외길을 묵묵히 가는 그가 선사시대 사람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만든 편안한 길 대신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아갔다. 그 결과, 외골수처럼 걸어간 길이 이제는 후배들에게 이정표가 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한국미술의 역사를 밝히고, 풍성히 하는 데에도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발자취가 남긴 위대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그를 생각할 때면 두 개의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미련스런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다. 심지어 끈기와 우직함이 그의 DNA는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에게는 또 다른 강점도 있다.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합쳐져 큰 시너지를 발휘해 지금의 그가 있지 않나 싶다.




2021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 내방한 김종규관장


이 책은 그런 그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김달진 한 개인의 서사를 담고 있지만, 틈틈이 등장하는 한국미술 전시의 역사, 소장품 숨은 이야기도 함께 엿볼 수 있어 반가웠다. 더욱이 아키비스트라는 직업으로 교과서에까지 실린 그가 자기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삶을 대하고 살아왔는지, 빙산의 일각만 알고 있던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새로웠다. 물질적인 것만 좇고, 현실의 벽 앞에서 허우적거리며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등록을 권유했었고 2015년 우리 삼성출판박물관 소장품인 미술교과서 16종을 기증해주었다. 그는 박물관계에 와서 많은 활동으로 2023년 박물관 미술관 발전유공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어려운 박물관을 잡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은 대견스럽고, 부인과 자녀의 적극적인 동참을 받고있는 것은 그의 복이다. 선배이자 같은 분야의 동반자로서 후배님의 단단한 철학과 일가견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며, 모쪼록 모두 함께 미술계와 박물관계에 하나의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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