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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선수와 작가

이동국

현 문화관광부의 전신은 ‘문화체육부’였다. 철없던 시절 예술가의 절대가치에 빠져 있던 필자의 단견으로 ‘정신적인’ 문화예술과 ‘육체적인’ 스포츠를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는가 하고 의아해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스포츠와 예술은 공통점이 많다. 축구는 각각 11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싸움을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게임이라 할 수 없다. 최고 기량의 선수를 뽑는 감독과 공정한 룰을 적용하는 심판이라는 존재가 있어 그 경기의 질이 담보될 때 관중이 열광하고, 방송과 기업은 취재와 홍보에 천문학적인 돈질을 한다.


이것은 전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전시는 말 그대로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지만 성공 전시의 시작은 감독과 마찬가지로 큐레이터라는 존재가 있어 주제에 맞게 작가를 선발하는 것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스포츠와 예술은 근본적으로 다른 측면도 있다. 선수는 상대방과의 싸움인데 비해 작가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축구는 9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기록으로 승패를 결정짓는다면 작품은 평생을 두고 짓는 농사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체력이 허락하는 한 자신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투혼을 불사르고, 작가는 평생이라는 긴 호흡으로 화폭에서 절대세계와 대면하고 영혼을 갈무리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자신들과는 다른 그들을 보고 열광하고 감동한다.


그러나 이런 측면에서 요즈음 공모전이나 단체전 등 서예 판의 여러 성격의 전시를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선수가 감독을 겸하거나 선수가 자기가 뛰는 경기에서 감독도 하고 심판도 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는 사람을 무안하게 한다.


관행이라고 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 관객의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열광은커녕 표를 살 기분조차도 나지 않는다. 더욱이 오죽 답답했으면 우리 서단의 거장이라 모두 존경해 마지 않는 분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예술 일생의 결실을 위해 오직 작품 한길로만 매진해도 절대 모자라는 시간일 것 같은데, 작품과는 별개인 전시에까지도 혼신의 힘을 바치고 있다고 하니 서단의 무기력하고 딱한 그림자가 더욱 짙어 보여 눈물이 난다. 전시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한번 간 거장은 다시 오지 않는다.


- 경향신문 200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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