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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불타 버린 문화재 사랑

오현환

'운이 참 좋군요. 내장사 대웅전을 마지막으로 보신 거예요.'

지난 30일(화) 열린 본사 주최 조찬 금융세미나에서 기자는 같은 테이블 참석자로부터 이같은 말을 듣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전날 새벽 화재로 대웅전이 전소됐다는 소식이 전해 가운데 때마침 전 주말에 단풍관광차 가족들과 함께 내장산을 다녀온 터여서 화제가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해인 2008년 2월10일 국보1호인 숭례문 화재는 대표적인 아픔이다. 화재가 TV를 통해 생중계 되면서 온 국민이 슬픔을 삭혀야 했다. 이로 인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사퇴하고 이 날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되기도 했다.

2005년 4월에는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가 불에 탔고 2009년에는 남해안 일출 명소인 여수의향일암 대웅전과 전각이 불에 타 대부분 소실됐다. 이 밖에도 창경궁 문정전, 수원 화성 서장대, 경남 함양 농월정 등 연기에 사라진 문화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궁궐 내 화재 사고가 약 80건이나 일어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겨울만 다가오면 문화재 보호에 비상이 걸리는 지경이 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셈이다.

우리나라의 건물 문화재들은 대리석이나 석회를 이용하는 서양 문화재와 달리 대부분 목조로 이뤄져 화재에 매우 약하다. 게다가 유럽의 경우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이 다습하지만 우리나라는 겨울과 봄철이 건조해 걸핏하면 화재가 발생했다. 중국이나 삼나무를 많이 쓰는 일본도 건물 문화재가 대부분 목조라 비슷한 환경에 있다. 

정부는 숭례문 방화 사건 이후 국가 지정 문화재에 대한 방재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한다. CCTV 설치, 불꽃 연기 감지기 설치, 소화전 설치, 2시간마다 주야 정기 순찰 등으로 구성된 방재시스템 구축으로 문화재에 대한 화재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필요할 경우 인근 건물로 번지지 않도록 차수벽을 설치한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찰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재 화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정 문화재들은 여전히 화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국가지정 목조 문화재가 수원 화서문과 팔달문 등 10개, 도, 시군 지정 문화재를 포함 할 경우 도내 160개 목조 문화재가 있지만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소화전이 비치돼 있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방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웅전의 터가 전북도 지정 문화재로 돼 있는 내장사가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불이 나는 것을 방지해야겠지만 화재 후 복구대비도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하반기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문화재 135건 가운데 52건(38.5%)만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고 83건(61.5%)은 가입돼 있지 않다.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궁·능 내 중요 목조문화재 29곳 모두 보험에 가입된 것과 큰 차이다. 

정부가 국가지정문화재에 방재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스프링 쿨러 시스템은 설치돼 있지 않다. 일본의 경우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화재가 난 문화재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목조 사이로 배관을 설치해 스프링쿨러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목조 문화재의 경우 건조한 겨울 봄철에는 불이 붙으면 1시간이면 완전히 타 없어진다. 사찰의 경우 대부분 산속에 있어 소방차가 도착해 불을 제대로 끄는데 한계가 있다.

문화재는 민족의 정신이 살아 있는 혼이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 시간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고 한다. 프랑스는 독일이 약탈해간 모네, 고갱, 세잔느의 소중한 그림을 되찾기 위해 20년간 끈질기게 요구해 반환을 받아내고 임진왜란 중에 조선왕조실록이 불타 없어질 것을 걱정한 선비들이 책을 지고 산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간송미술관 창립자 전형필씨는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 떠돌아 다니는 문화재를 사들였다.

선조들의 혼인 문화재가 허무하게 불타 없어지는 일이 없도록 겨울을 앞두고 관계 당국이 체계적인 대비에 나서야 한다.

- 서울경제 2012.11.06
http://economy.hankooki.com/ArticleView/ArticleView.php?url=opinion/201211/e2012110518162448740.htm&ver=v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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