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예술인 복지와 관객

구자흥

서울문화재단이 조사한 2010년도 대학로연극 통계에 따르면 140개 극장에서 500여편의 공연이 이뤄지고, 입장료 총수입은 197억원이다. 인터파크 추정에 의한 전국 연극시장 규모는 230억원이다. 대학로 외의 다른 극장을 포함해도 서울 연극인 3000명의 연 생산액은 1인당 700만원 안팎이고, 전국의 연극협회 회원 6000명의 1인 연 생산액은 400만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영화, 무용, 문학, 미술, 음악 등 다른 장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 예술인 중 63%가 월수입 100만원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지난해 국회가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했고 드디어 이달 18일부터 시행된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 모두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이 정한 예술인의 기준이 극히 제한적이고, 연금과 보험 등 절실히 필요로 하는 혜택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토록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극학과 대학입시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연극을 하면 가난하다는 사실을 학부모나 학생이 모를 리 없는데도 말이다. 성공한 연예인을 향한 선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성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성공은 오랫동안 치열하게 준비한 극소수만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알고 있다. 

예술가가 창작 활동만으로 생계비를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연극의 어떤 매력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걸까? 그것은 연극이 사회의 구조 대상이 아니라 연극이 사회를 구원하는 주체라는 자기만족, 즉 예술이 사회향상을 위해 단단히 한몫한다는 신념으로 설명하는 게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다. 실제로 대학로 연극인 대부분은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다른 어느 직종보다 특히 높게 나타난다. 

예술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장르를 불문하고 절실하다. 앞으로 예산이 늘어나고 제도가 개선되리라 믿지만, 공적자금의 지원은 언제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결국 연극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객의 증가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예술이 사회를 바꾼다는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을 공인받는 확실한 근거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먼저 교과과정에서의 연극 체험이 보편화돼야 한다. 그래야만 어른이 돼서도 연극 관람을 생활화할 수 있다. 예술 교육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연극 강국의 명성을 이어가는 선진국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학창시절 위대한 극작가의 작품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극장예술이 시민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명제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가나 예술가들이 공공재로서의 예술의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체험으로 발견하는 연극의 재미를 넘어설 수는 없다. 그래서 소액 대중 모금 운동인 ‘크라우드 펀딩’, 예술의 기능을 확장하는 ‘예술나무운동’, 소외계층 관람료를 지원하는 ‘문화바우처’ 제도가 예술인복지법만큼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한국경제 2012.11.07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110706591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