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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보석]예술인 복지법 시행에 거는 기대

18일부터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된다. 오랫동안 연기자로 활동해 왔고 이제 대학에서 미래의 예술가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에게 이 소식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이 법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그런데 드디어 결실을 보며 그 첫걸음을 내딛게 되니 가슴이 벅차다. 이 법을 통해 지금까지 예술을 직업으로 택했기 때문에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불합리한 일이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우리나라는 개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이제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유치해 이끌 만큼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문화적으로도 한류가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남미까지 퍼져 있으며, 이 덕분에 올해 문화산업 관련 국제수지는 역대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제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의 문화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우리 문화를 외국에 수출할 만큼의 문화강국이 됐다.

이렇듯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지만 대부분의 국내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최소한의 생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 특정 단체에 소속돼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보니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예술가가 많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신인의 경우 개런티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계약서도 쓰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개런티를 받지 못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공연 중에 상해를 입어도 보험이 없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가의 일원으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나 직종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해 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의 문화가 수출되고 대외적인 국가 위상이 높아져 G20에 진입한 시대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게 만드는 것, 더 나아가 자부심을 갖고 직업으로서 예술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예술인 복지법에는 예술인 표준계약서의 보급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표준계약서가 도입되면 예술가들이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받거나 구두계약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예술인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해 예술 활동 중에 발생하는 상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몸을 사용해야 하는 배우에게 상해는 치명적이다. 그 때문에 치료, 요양에서 재활까지 보장되는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니 환영할 만하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있다. 예술인 복지법을 지원할 내년 예산은 70억 원밖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54만여 명에 이르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더욱 확충될 것을 기대해 본다.

‘창의’ ‘창조’는 미래 사회의 키워드라고 한다. 젊은 예술가들이 마음 놓고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지금의 한류 열풍을 넘어설 만큼 더욱 큰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인재가 많은 나라, 문화강국을 만드는 초석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예술가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 주느냐에 달려 있다.

-동아일보 2012.11.16

http://news.donga.com/3/all/20121116/508858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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