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현
현장 예술인들 사이에선 의견이 다양하다. “법안을 아예 폐기하자”는 주장까지 있다. 법안이 ‘예술인’과 ‘예술활동’을 제대로 짚고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 예를 들어 예술활동 실적을 증명하는 기준으로 문학 분야는 최근 5년 동안 ‘5편 이상의 작품이나 비평을 문예지에 발표한 자’와 ‘1권 이상의 작품집이나 비평집을 출간한 자’를 꼽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인은 “작품의 질, 문예지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과연 제대로 판별할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부작용만 낳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영화 연출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영화상영관 등에서 상영된 영화에서 1회 이상 연출을 담당한 자’로 돼 있다.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한 감독은 “영화는 기획·시나리오 등 준비에만 2년가량 걸리고 이후 제작 단계에서도 투자를 받지 못해 ‘엎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한 번 엎어지면 아무 실적도 없는 연출자가 돼버리는 셈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는 ‘첫술에 배부르랴’는 입장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법률이던가. 실효성 문제는 치밀한 운용 과정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도가 자리 잡혀 갈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법안이 날개를 펴는 내년도 관련 예산이 당초안(355억원)에서 왕창 깎여 겨우 70억원만 배정된 점이다. 이러려면 무엇하러 법안을 통과시켰는지 의아하게 만드는 삭감 규모다.
만년 적자이던 우리나라의 문화서비스 수지가 올해 사상 처음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까지 3730만 달러(약 400억원) 흑자인데, 연말까지 이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다. 한류 붐에 속을 끓이던 일본은 정부(총무성)가 직접 나서서 NHK와 민방들을 집합시켜 ‘방송콘텐트 유통 촉진 방책 검토회’를 출범시켰다. 이런 변화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저변에 문화예술인들의 창의력과 노고가 깔려 있다. 예술인복지법을 무슨 자선제도라도 되는 양 취급해선 안 되는 이유다.
-중앙일보 201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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