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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홍성담 화백의 ‘유신풍자화’, 어떻게 봐야 하나_‘중성적’ 공포 정치인 조롱이 본질

반이정

외설성 등 표현 수위에 문제없고
박근혜의 퇴행적 언행 풍자한 것뿐
여성·출산 비하로 보면 과잉해석

세칭 ‘박근혜 출산’ 그림 앞에 선 자신을 찍어 달라며 인증사진을 부탁한 대학생을 전시장에서 만났다. 미대생이냐고 물으니 법대생인데 수업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 때문에 그림을 보고 오라 했단다. 당대 미술품이 사회적 주목을 끌어낸 극히 희귀한 경우다.

홍성담의 문제작 ‘골든타임’은 평화박물관의 ‘유신 40년 공동 주제 기획 6부작’ 중 ‘3부: 유신의 초상’ 전시에 걸린 여러 출품작 중 하나로, 박근혜 후보가 선글라스를 착용한 박정희를 낳고 있는 그림이다. 표현 수위의 적정성을 합의할 기준은 없을 터인데, 잘라 말하면 문제될 게 없는 표현이라고 본다. 직접 보기 전에 여성 비하적 작품이란 풍문을 들었을 때만 해도, 외설성이 지나친 줄 알았다. 요컨대 알몸이나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러나 임산부복 차림으로 누운 박근혜 후보를 보며 김이 샜다. ‘고작 이 정도를 갖고.’ 표현의 극단을 보여주는 무수한 서구 미술의 사례를 애써 열거하진 않으련다.

이번 소동은 현장 미술계와 세상 사이에 얼마나 먼 거리가 놓여 있는지를 새삼 확인시켰다. 새누리당은 전시의 시점을 문제 삼아 민주당 후보를 위한 네거티브를 대행한 그림이라며 음모론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시점이 문제될 건 없다. 대선 국면에서 자당 후보가 대선 기간 동안 부친인 구시대 독재정치가를 연상시킬 정치 언행을 반복한다면, 그 현상은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의적 주제일 수 있다.

더욱이 총 3점으로 구성된 홍성담의 출품작 가운데 문제작은 제목에서 보듯 지난 9월 종영한 의학드라마 ‘골든타임’의 극중 의사를 출연시켰고, 또다른 작품 ‘바리깡1. 우리는 유신 스타일’은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던 박정희 시대 청년들과 박근혜와 박정희가 싸이의 말춤을 집단으로 추는 그림이니 ‘시점’으로 볼 때 당대 문화 코드를 차용해 정치 현실을 풍자한 경우일 뿐이다. 각별하게 참신한 시도도 아니었지만 충분한 시의성을 띠는 풍자란 얘기이다. 더구나 문재인을 돕기 위해 그렸다면 왜 안철수가 사퇴하기 직전 전시를 했을까? 전시 기간 중 안철수의 지지율을 앞선 문재인을 박근혜의 대항마로 새누리당이 봤기 때문에, 저런 자의적 논평을 내놓는 걸 테다.

보수진영 그리고 진보진영 일부에서 비난하는 성정치학의 문제, 즉 여성 비하도 과잉해석이다. 그 정도 은유로 여성 출산이 비하됐다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그렇게 느꼈다 한들 홍성담의 의도는 박근혜를 ‘여성’ 정치인이 아닌, 낡은 과거의 회귀를 암시하는 ‘중성’적 공포 정치인으로 조롱할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린 이의 과거사도 이 소동에서 이해의 맥락을 제공한다. 홍성담은 독재정치 시절 그린 걸개그림이 국가보안법에 걸려 조사실로 끌려가 무려 25일간 물고문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런 이라면 과거 회귀를 직면하는 공포감이 보통사람보다 갑절은 클 것이다. 과거 회귀의 공포감을 조장하는 자를 법적으로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까? 그 대안으로 정치 현실을 은유적으로 조롱한들 이런 비난까지 감당해야 할까? 권영세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은 “예술은 예술이어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암시했다. 풍자적 예술은 그냥 예술로 보면 된다. 취향 차이를 빌미로 민심 규합을 노려 작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게 정작 문제이다. 정치가 정치다웠으면 한다.


- 한겨레신문 2012.11.30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5630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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