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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보존할 땐 주변환경도 옛모습 지켜주는 것이 중요

임상민

우리나라의 역사를 반만년 역사 또는 오천년 역사라고 하지만 그 오래된 역사는 박물관이나 찾아가야 알 수 있을 정도다. 

수많은 외침과 일제 식민지 시대 그리고 6·25 전쟁 등을 겪으면서 많은 유적들이 훼손됐다. 남아 있는 유적들도 관리 부재와 개발로 변질돼 원형을 알아볼 수 없고 역사의 흔적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 

그런 사례들을 본다면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에 있는 ‘농다리’는 축조된 지 1000년이 지난 것으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 된 돌다리이면서 원형이 잘 보존된 유적 중의 하나다. 이는 주민들이 해마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다리의 돌을 확인해 떠내려간 돌들을 찾아 제자리에 놓는 등 보존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그러나 원형이 유지되고 있는 농다리도 주변 환경이 훼손되면서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얼마 전 농다리에서 멀지 않은 곳과, 다리와 어우러진 풍경의 산 정상에 정자를 세웠다. 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계단을 만드느라 우거진 숲을 벌목한 뒤 인공 조림을 했다. 

다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산에는 커다란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고 위쪽에 ‘생거진천’이라는 홍보판을 세웠다. 농다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환경 때문에 1000년의 역사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라는 향기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도로를 포장할 때도 종래에 있던 돌 하나까지 원형을 유지한다. 걷어낸 돌 하나 하나에 표시를 해 같은 위치에 같은 모양으로 놓는다. 돌로 포장된 파리 시내는 차가 지나다닐 때 많이 흔들려 아스팔트로 덮은 적이 있다. 그러나 건물들과 어울리지 않는 풍경 때문에 다시 아스팔트를 걷어냈다.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문화유산을 보전하고자 할 때 주변 환경도 유산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 문화일보 2012.12.18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2180103372112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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