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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문화재 만화

박해현

프랑스 베스트셀러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쓴 뮈리엘 바르베리는 한국 만화를 즐겨 본다. 그는 김동화의 '황토빛 이야기'와 '빨간 자전거' 불어판을 읽고서 우리 만화에 푹 빠졌다. '김동화 만화는 일본 만화에서 볼 수 없는 시적(詩的)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지니고 있다'고 했다. 1970년대부터 프랑스에서 만화는 연극·회화·무용·건축·문학·음악·영화·사진에 이어 '제9의 예술'로 불린다. 

▶프랑스 남서부 도시 앙굴렘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고전 만화책을 보관·전시하는 국제 만화영상단지가 있다. 1974년부터 해마다 앙굴렘 만화축제도 열린다. 2003년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됐을 때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우리 특유의 만화방 문화에 감탄했다. '4000개 만화 살롱은 만화를 돈 받고 빌려주는 도서관이다. 사람들은 오징어를 씹으며 만화책을 본다.' 

▶최초의 우리 만화는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삽화다. 화가 이도영이 일제의 침략 야욕을 꾸짖은 계몽 만화다. 우리말 만화책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김용환의 '토끼와 원숭이'(1946년)다. 토끼는 평화로운 우리 민족, 원숭이는 난폭한 외세를 상징했다. 지난 4월 한 소장가가 이 만화책을 경매 시장에 내놓아 1700만원을 불렀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사들여 소장하고 있다. 


▶1958년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는 TV가 없던 시절 어른 아이 모두를 울렸다. 초판이 나온 뒤 열 번이나 새로 찍어 최초의 만화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조선시대 노비로 팔려간 어머니를 찾아 나선 소년이 온갖 고생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사만화의 대명사는 1950년 탄생한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이다. 자유당 정권을 비판하는 풍자로 인기를 모았다. 소설가 선우휘는 '국민이 고바우 영감을 읽으며 작은 저항의 웃음을 지었다'고 했다. 1980년 동아일보에서 조선일보로 옮긴 고바우 영감은 2000년 문화일보에서 1만4139회로 마침표를 찍고 은퇴했다. 

▶문화재청이 '토끼와 원숭이' '엄마 찾아 삼만리' '고바우 영감'의 원화(原畵)를 문화재로 등록하겠다고 예고했다. 만화는 한 시대의 풍속화다. 그 시대를 산 사람에겐 추억의 보물 상자다. 요즘 우리 경매 시장에선 1950~60년대 만화책이 적어도 200만원 넘게 거래된다. 지나가버린 시간을 그렇게라도 다시 만져보려는 중년 고객이 많다고 한다. 원래 예술은 시간의 후광(後光)에 힘입어 제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 조선일보 2012.12.2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21/20121221021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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