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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민병직 전 도시갤러리 책임큐레이터

김노암

민병직은 얼마 전까지 서울시도시갤러리프로젝트의 책임 큐레이터로 일했다. 그전에 그는 2000년부터 아트선재, 일민미술관, 대림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기도 했다. 이런 이력은 현장 큐레이터들 가운데 매우 이례적이다. 사립미술관과 공공기관의 경험은 물론 사립미술관의 대표적인 기관을 3군데 다 경험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례적인(?)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현장의 몇 가지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점과 방향성의 차이
김노암(이하 김) 우선 문화관광체육부나 서울시와 같이 전국적이거나 규모가 큰 지자체의 상황과 서울시 산하의 구와 같은 작은 규모의 지자체의 관점과 상황은 차이가 많이 있을 것 같다.
민병직(이하 민) 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직접적인 경영의 주체라기보다는 구체적인 예술행위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들, 기본적으로 공공적인 단위에서의 예술경영이 펼쳐질 수 있도록 간접적인 기반을 만들어 내거나 정책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지원체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김 일반적으로 공공영역에서의 예술 기획은 흔히 창작지원, 교육 그리고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에 대한 비중은 어떤가.
민 시 단위의 미술기관이라면 전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힐 수 있게 하는가, 다양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미술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가, 또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문화적으로 기여를 했나, 아니면 문화관광 효과가 높아져서 지역경제에 기여를 했나 등에 초점을 맞춘다.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일반 미술기관이 수행하는 미술문화의 질적인 발전보다는 양적인 확산과 메타미술기관으로서의 미술문화의 파급 효과 같은 것에 더 초점을 맞춘다.
김 근래 서울시립미술관은 외부에서 기획해 들어온 전시 이벤트와 같이 자체기획이 아니라 대관형태의 전시가 많다는 비판을 받는다.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한다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시적인 목표치를 위한 대중추수주의라고 볼 수 있다.
민 내 생각에는 얼마나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전시 문화를 향유하는가를 고민하는 것 같다. 서울시립미술관 자체는 수익에 대한 고민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수익에 대한 고민은 대관을 하는 외부기획사에서 하겠지만, 서울시나 서울시립미술관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대중적 이해도가 높고 그러한 어떤 미술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일부 미술 쪽 전문가들이 말하는 블록버스터, 대형 전시의 상업성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미술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 차원에서 기획이 이루어져 왔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해외 유수의 작가들의 전시들을 일반 시민들은 더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보는 관점이나 방향성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
김 경영의 관점과 실무의 관점에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아방가르드와 같은 실험적이며 새로운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과 엔터테인먼트 즉 여가선용으로 미술이 갈라지는 것 같다.
민 어렵고 복잡하고 아방가르드한 것들이 예술경영의 이상적 목표는 되겠지만 현실적인 대상이 되긴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영국은 국가 단위에서 아방가르드한 자국의 미술 흐름을 알리고, 간접적인 다양한 지원, 홍보정책을 편다. 그렇게 보자면 예술경영은 실험적이고 새로운 흐름조차 대중적인 접촉 부위를 늘려나가도록 하는 것, 앞서 말한 엔터테인먼트나 여가선용의 차원으로 전화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많은 대중이 예술이 가진 다양한 흐름을 접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것이 예술경영의 역할이다.
김 예를 들면 공공영역의 문화정책이나 예술경영의 책임자가 생각하는 예술성의 기준이나 평가와 일반적인 예술계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게 아닐까.
민 방향과 관점이 다르다고 본다. 만약에 공공기관에서 만약에 문화정책이라든가 지원을 펼칠 때 문화계열적인 어떤 장르의 예술성의 퀄리티라던가 수준 자체를 직접적으로 평가하거나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것은 개별 작가들의 역량과 문화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일반적으로 기본적으로 더 많은 공공 영역에서의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개별 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도 수행하지만 서울시의 문화적 위상을 높인다거나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등과 같은 기준, 평가에 더 포커스를 두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공기관의 공공성은 행정의 문제
김 미술계, 예술계에서 이슈가 되었던 공공미술에 대해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 일정한 합의가 부족해 보인다. 포괄적인 합의는 있지만, 거기서 예술경영의 주체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여건에 따라서 공공성을 구현해 내는 어떤 방법론의 차이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관점 자체가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민 공공성의 의미와 형식에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분명히 그런 차이는 있다. 관에서 생각하는 공공이라는 것들은 더 많이 시민들이 더 많은 예술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반면 작가들, 현장기획자들이 생각하는 공공성은 이보다는 더 다양한 다른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는 것 같다.
김 본인은 민간영역에서 활동하다 도시갤러리프로젝트로 관의 일을 하게 된 경우다. 도시갤러리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생각하던 예술의 공공성과 서울시에 일하게 된 후에 관점의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궁금하다.
민 사립미술관에서 일할 때에도 ‘미술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었다. 큐레이터가 그것에 일조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 미술관에서 일할 때 생각했던 미술의 공공성은 훨씬 더 아방가르드하거나 개념적인 것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도시갤러리프로젝트를 할 때는 사업자체가 공공미술이었고, 공공의 영역에서 공공을 대상으로 한, 그리고 공공적인 역할과 효과를 수반하는 일들이었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공공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갤러리는 행정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실행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체계에서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기 때문이고, 다양한 단위에서의 협력이나 조정 등으로 사업이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미술관보다는 훨씬 더 시스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들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여러 고민을 많이 했다.
김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지난 몇 년간 미술계에서 예산 단위가 매우 컸던 프로젝트들 중 하나였다. 과거 사립미술관에서 일했을 때의 예산과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보니 벌어지는 일들이 있었을 것 같다.
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에는 ‘책임’ 문제가 커진다. 예산이 클수록 아무래도 책임 소재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일을 할 때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되는 면들이 있다. 나 자신이 일반적인 의미의 공무원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심한 면도 있었겠지만. 예산이 커지니까 막상 자신감 있게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내가 책임을 지고 집행하는 일들이 줄어들게 된다. 그런 면에서 업무 진행에서 소극적인 면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 같다. 더욱이 시의 공공기금인 만큼 원칙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미술문화 흐름에 따라 사립미술관 역할 달라져
김 나 개인적으로는 사립미술관이 만족스러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본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이해되지만 사립미술관에 거는 미술계 일반의 기대가 큰 것에 비해 그렇다. 사립미술관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당신이 볼 때 사립미술관 현실은 어떤가.
민 사립미술관이 분명한 역할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90년대 후반 많은 사립미술관들이 생기면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의 현대 미술 문화에 많은 기여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미술계의 중론이다. 동시대 미술문화라던가 그런 것들을 많이 활성화시키는데 사립미술관의 기여가 있다. 내가 국공립미술관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공공기관의 행정을 경험해보니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시기획을 하고 정책을 바꾸는데 있어 사립미술관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탄력적이다. 이 때문에 사립미술관이 2000대 초반 다양한 미술관 전시 문화를 펼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의 시기에서는 많은 이유로 사립미술관의 활동이 소극적인 것이 아쉽다.
김 전문직으로서의 큐레이터와 큐레이터십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데 사립미술관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30대 중반에서 40대 넘어가는 신예에서 중견으로 넘어가는 작가들을 사립미술관들이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 대안공간 등 소규모 갤러리들에서 일정한 경력을 쌓은 신예들이 이후 일정한 규모가 되는 사립미술관을 통해 활동하길 기대한다. 예술가들의 이런 고민이나 사립미술관에 대한 기대와 실제 사립미술관의 경영상의 어려움, 예술경향의 비전, 정책방향, 현실인식 등에 간극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 사립미술관이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물로 대안공간에서 젊은 작가들이 발굴되고 이후 중견 사립미술관에서 소개되는 식으로 사립미술관의 위상을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식으로 역할이 고정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립미술관이 전체 미술문화의 영역에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고 그 역할에 대해 다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미술문화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사립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립미술관이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활동을 접는 미술관들을 보면 아쉽다. 앞으로 더 많아도 모자란 데 말이다. 대안공간, 상업갤러리, 국공립미술관, 사립미술관이 각각 자기 고유의 성격과 역할들이 있다. 한국의 미술문화를 꽃 피우는데 사립미술관의 고유한 시스템과 역할들은 분명 있다.
필자소개
김노암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회화繪畵와 미학美學을 전공하였다. 미술현장에서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며 그림과 글로 시절을 보내고 있다. 현재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 미술웹진 [이스트 브릿지], KT&G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의 운영과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

-위클리@예술경영
http://www.gokams.or.kr/webzine/01_issue/01_01_veiw.asp?idx=419&page=1&c_idx=&searchString=민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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