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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의 미술관 속 로스쿨 <14>짝퉁 왕국 중국, 표절 처벌하나

김형진

2011년 4월 18일 캐나다 토론토의 중국 영사관 앞에는 캐나다 미술계의 저명인사 100여 명이 ‘1001개의 의자’란 이름의 집단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퍼포먼스의 제목은 중국의 설치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애미미)의 설치 작품 ‘동화-1001개의 의자’에서 빌려온 것이다. 캐나다 작가들은 그 퍼포먼스를 통해 아이웨이웨이의 체포와 구금에 항의한 것이다.
아이웨이웨이는 지난 4월 3일 홍콩으로 출국하려다 베이징 공항에서 갑자기 체포됐다. 그 이후 아무런 법적 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상태로 그는 아직도 구금 상태에 있다고 한다. 아이웨이웨이는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오직 독학으로 건축을 배워 지난해 말 미국의 타임지가 ‘세계 10대 건축’으로 선정한 2008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을 스위스의 건축회사와 함께 설계했을 정도로 대단한 작가다. 그는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로 비단 건축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활약,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히기까지 했다. 또 그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을 맡아 우리하고도 인연이 많다.
그가 세계 미술계에 끼치는 커다란 영향 때문인지 현재 서구의 미술계는 그의 체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미술 작가들의 성명이 줄을 잇는 가운데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비롯해 뉴욕 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미술관이 그의 상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에서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철야 농성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지 미술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정부들, 많은 문화계 인사들까지 아이웨이웨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마침내 지난 5월에는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중국에서의 사태가 역사의 흐름을 멈추려는 “바보짓”이라고 강경하게 비난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이웨이웨이 문제가 중국과 서구 여러 나라 사이에 갈등으로 확대되고 또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서방세계에서는 아이웨이웨이의 체포가 다분히 정치적 탄압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들은 이른바 재스민 혁명에 대한 우려로 중국에서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체포되거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일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제 아이웨이웨이의 체포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지식인들을 탄압하는 심각한 인권 문제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동안 아이웨이웨이는 여러 가지 문제에서 정부의 방침과는 다른 의견을 내거나 정부를 비난해 중국 정부의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그는 날림으로 대충 지은 학교 건물을 지방 관리들이 뇌물을 받고 인가해주었기 때문에 2008년 쓰촨성 지진으로 학교건물들이 두부처럼 무너져 버려 수천 명의 어린 학생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이웨이웨이는 반정부 활동의 죄목으로 체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그의 공식 죄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음란죄, 표절,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아이웨이웨이가 체포된 것은 그의 정치적 신념과는 아무 관계없이 그저 표절 등 혐의가 있어서 체포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일부 미술법학자들은 아이웨이웨이의 재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드디어 세계 미술계에 만연한 차용 미술의 한계와 표절 문제에 대해 중국에서 중요한 판례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표절과 저작권 침해로 국제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온 중국은 차용미술에 대해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아직까지는 그의 재판이 언제 열릴지는 모르지만 드디어 중국 정부가 미술계의 표절 문제를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다!
아이웨이웨이처럼 세계적인 작가조차 표절 혐의로 체포되고 이처럼 오랫동안 구금되는 것을 보니 현재 중국의 문화산업 전반에 뿌리 깊은 표절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얼마나 단호한 입장을 취할지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라도 표절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이처럼 분명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생각건대 중국 정부가 이 정도로 강력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 중국에서 한류 제품의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욱이 중국 당국이 공항까지 가서 출국하려는 아이웨이웨이를 긴급 체포하는 것을 보니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 CD나 소프트웨어 판매상들은 모두 쉽게 체포해 구금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그저 아이웨이웨이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나 중국 정부의 발표를 믿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잠깐. 중국 정부의 주장처럼 아이웨이웨이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표절 문제일 것이다.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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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씨는 미국 변호사로 법무법인 정세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미술법』『화엄경영전략』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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