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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의 미술관 속 로스쿨 <15>법 보호받는 전통미술

김형진

세계적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蟲)가 부처의 모습을 소재로 그린 만화와 진짜 불상 작품을 비교하는 전시회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박물관을 가득 메운 일본 관객들은 잘 모르겠지만 특히 그의 작품들에는 한반도에서 전래된 석가모니상을 그린 것이 꽤 있다. 우리나라의 불교 미술은 주변 국가들의 미술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세련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우리 미술의 영향을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재능 있는 걸그룹들이 이끄는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지만 사실 아시아에서는 우리 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제1차 한류(?)가 이미 1000여 년 전부터 인기였다. 그때 우리의 미술 작품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많은 나라에서 찬탄과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나라 호류지(法隆寺) 벽화를 그린 담징이나 도다이지(東大寺)의 청동좌불을 만든 복신은 당시 지금의 배용준씨나 카라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빛나던 우리의 전통 미술은 지금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우리의 전통 미술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으므로 누구든지 데즈카 오사무 선생처럼 마음대로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전통적 미술 작품은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도 분명하지 않을뿐더러 또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집단 창작인 경우도 많아 지적재산에 관한 현행 법체계에서는 보호받기가 어렵다.
대체로 선진국들은 그들의 역사가 짧기 때문인지 개도국의 전통 미술을 보호하는 데는 매우 소홀하다. 선진국의 지적재산권법은 대체로 100년 전 이전의 미술 작품은 보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들의 전통 미술을 보호하는 데는 저작권법에 구애되지 않고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가령 미국 정부는 1935년에 인디언 예술공예법(Indian Arts and Craft Act·IACA)을 제정해 인디언 부족이 직접 만들지 않은 작품을 인디언 작품이라고 판매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90년에는 인디언 작품을 사칭하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형사적 처벌에 덧붙여 민사상 손해배상 의무까지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해 법을 더욱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법에 따라 인디언 부족의 공인을 받지 않은 자가 ‘인디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드는 행위’, ‘나바호’ 등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사용하는 행위가 실제로 문제가 되었다.
이와 같은 조치는 범람하는 가짜 인디언 제품으로부터 일반 소비자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인디언 수공예품의 품질과 명성을 유지하도록 해 고유 문화의 보존 및 발전을 기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비단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소수의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호주에서도 원주민의 전통신화에 대해 원주민 부족집단에 대한 집단 저작권을 인정해 제3자가 임의로 미술 작품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판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회사에 저작권을 인정하는 업무상 저작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개인에게만 저작권을 인정하는 서구적 저작권의 개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부족 전체에 대해서도 실질적 저작권을 인정하는 중요한 입장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비록 법적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통 미술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는 새로운 개념은 여러 나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에서 기존의 저작권법과는 별도로 전통 문화를 지적재산권의 일종으로 보호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파나마에서도 2000년에 전통 지식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은 지금 누리고 있는 문화와 미술 분야의 우위를 계속 누리기 위해서라도 앞다투어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고 보호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가령 국제협약에 따라 저작자가 살아 있는 동안과 사망한 이후 50년까지 저작권을 보호하는 개도국들과는 달리 선진국은 그 기간을 저작자가 사망한 이후 70년까지로 20년 더 연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보호기간을 저작자의 사망 후 90년 아니 150년까지로 계속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렇듯 서구에서는 저작권 보호 기간이 오직 미래를 향해서만 연장될 뿐 과거 작품에까지 소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각국이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발맞추어 우리도 다른 개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이제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우리의 빛나는 전통 미술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것은 소중하니까.
김형진씨는 미국 변호사로 법무법인 정세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미술법』『화엄경영전략』 등을 썼다.
- 중앙선데 2011.6.26
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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