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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의 미술관 속 로스쿨 <20>미술품 도난, 영화와 현실

김형진

보안 장치 고장나 피카소 작품 도난 ...유명 미술관 의외로 허술
2011년 7월 캐나다 토론토 미술관에 도둑이 들어 수십만 달러에 상당하는 미술품 11점을 훔쳐갔다. 똑똑한 도둑이 엄중한 경비를 뚫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터는 이야기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이야기다. 잘생긴 부자가 미술품 전문 도둑으로 나오는 영화 ‘토마스 브라운 어페어’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고생하던 1999년 개봉돼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문가들에 의한 미술품 도난을 다룬 영화로 외국에서는 꽤 좋은 평을 받았다.
오늘날 국제 밀거래에서 마약과 무기 다음으로 커다란 시장이 바로 미술품 시장이다. 자연히 미술품을 몰래 거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밝혀진 것만 수십만 점의 미술품이 도난당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각국은 미술품 도난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술관 입구에 공항 검색대처럼 시설을 만들어 놓고 철저한 보안검색을 하는 경우도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영화에서 보면 비싼 미술 작품들은 적외선 시설, CCTV, 경보장치는 물론 방탄유리와 같은 각종 최첨단 시설 속에서 보호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술관에서 미술품을 훔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고도의 첨단 장비를 가지고 치밀한 준비를 한 전문털이범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고등범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전혀 다르다. 우선 지적할 것은 우리가 아는 유명 미술관의 보안시설이 생각 외로 무척 허술하다는 것이다. 2010년 고흐의 작품이 도난당한 이집트 ‘마흐무드 칼릴’ 미술관에는 경보장치도 CCTV도 모두 고장이었다. 수백억원의 가치를 가진 작품들을 전시한 미술관의 보안 체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했던 것이다. 혹시 이집트가 개발도상국이니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같은 해에 파리의 현대미술관에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피카소와 마티스의 그림 다섯 점이 도난당했다. 그 미술관에는 첨단 보안시설도 있었지만 역시 보안 시스템이 몇 달 전부터 계속 고장이었다. 게다가 경비원도 많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경비원들도 전혀 모르는 사이에 도둑들은 미술관에 입장해 그림들을 떼어내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이처럼 미술관의 보안시설은 영화와는 달리 약점투성이라고 한다.
또 재미있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대부분의 도난사건은 미술관이 아니라 미술품을 간직한 개인 집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도난은 외부의 전문털이범들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내부 인물의 소행이라는 점도 영화와 다르다. 1998년 프랑스 니스의 보자르 미술관에 강도가 들어와 모네의 작품 ‘디에프 근처의 절벽’과 알프레드 시슬리의 ‘모레의 포플러 가로수 길’을 강탈해 갔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건은 보자르 미술관 큐레이터의 자작극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그는 작품을 빼돌려 외국에 팔려는 생각으로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미술관은 별다른 보안조치를 강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미술관 측은 영화와는 달리 미술품 강도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이와 같은 낙관론을 비웃듯 2007년에는 이 미술관에 진짜로 강도들이 침입해 바로 그 모네와 시슬리의 그림들을 몽땅 가져가 버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록 미술관의 내부 인물에 의해 미술품 도난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미술관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이런 사건들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 자세한 통계조차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술관에서 일어난 내부 직원에 의한 범죄 사례가 알려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올해 초에는 우리나라의 대표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보관 중이던 네덜란드 작가 알버르트 쇤크의 작품을 직원들이 빼돌린 것이 몇 년 뒤에야 밝혀졌다. 몇 년 전에는 어느 미술관의 관장이 자기 미술관에서 수장 중이던 고가 미술품을 몰래 자신의 갤러리로 옮긴 후 마치 도난당한 것처럼 허위로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미술계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훔친 미술품으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술품을 훔쳐서 과연 큰돈을 벌 수 있을까? 설사 도둑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훔쳐내도 그것으로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외국의 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도둑은 훔쳐온 작품을 살 사람을 구하지 못해 결국 작품을 팔지도 못한 채 어딘가에 감추어 놓거나 결국 아무 데나 버리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도난당한 미술품을 되찾을 확률은 10%도 안 된다고 한다. 귀중한 작품은 도난된 후 어딘가의 창고나 쓰레기통에 방치돼 있는데 오늘도 미술관에서 비어 있는 벽면을 보며 작품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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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씨는 미국 변호사로 법무법인 정세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미술법』『화엄경영전략』 등을 썼다.
- 중앙선데이 2011.7.31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2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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