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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만의 현대미술 뒤집어 보기 <13> 똥도 예술작품이 된다고?

최태만

미술작품 거래 조롱한 괴짜 혹은 천재


- '빈곤한 예술' 선도한 만조니, 똥 담은 통조림 90개 만들어
- 2007년 경매서 8만 달러에 팔려

제2차 세계대전의 주축국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는 패전 후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렸으나 동구 사회주의진영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원조에 힘입어 산업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베트남전쟁에 의해 촉발된 반전운동이 전 세계로 미치면서 이탈리아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성의 권위와 위계질서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기성 권위에 도전하며 이탈리아의 청년세대들이 벌인 대표적인 사건으로 전통을 자랑하는 베니스비엔날레를 비판하며 1968년에 베니스의 산마르코광장에서 가졌던 시위를 들 수 있다.

당시 학생들은 국가 주도의 국제예술행사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이 시위를 전후하여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부패하고 타락한 기성세대를 성토하고 부의 불균등한 분배와 정치적 억압에 대해 저항했다. 이런 사회적 동요는 예술에서도 20세기 초반의 미래주의 이후 이탈리아에서 또 하나의 전위예술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빈곤한 예술'을 의미하는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가 바로 이런 급변하는 사회정세 속에서 등장했다.

아르테 포베라의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쓰레기나 기성품 등을 수집해 작업했는데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이탈리아의 선배 미술가로 피에로 만조니를 들 수 있다. 1933년에 태어난 그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후 1956년 23세의 나이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만조니는 한마디로 미술계의 이단아이자 장난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그는 미술의 상업화에 저항하며 달걀에 자신의 지문을 찍어 '예술가의 지문'이란 제목으로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풍선에 자신의 입김을 담아 뻔뻔하게도 '예술가의 숨결'이란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더욱 엽기적인 것은 그가 자신의 배설물을 통조림에 저장해 판매했다는 사실이다. 1961년 5월에 만조니는 '예술가의 똥'이란 라벨을 붙인 90개의 봉인된 작은 깡통을 제조했는데 그 속에는 각각 30g의 똥이 들어있었다. 그는 자신의 '신선한 배설물'이 담긴 이 통조림을 1960년 당시 황금가격으로 환산해 팔았다.

만조니의 엽기적인 작품은 당연히 미술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똥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 물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그림 속에 똥이 묻은 바지를 입은 인물을 묘사하여 예술은 고상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한 바 있지만 실제 배설물 자체를 깡통에 담아 판매한다는 도발적 발상은 만조니에 의해 실천되었던 것이다.

미술이론가들은 만조니의 작품에 대해 농담이자, 작품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미술시장에 대한 조롱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간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매일 음식물을 섭취하고 또 배설해야 한다. 음식물은 맛있지만 배설물은 불결하고 비천하여 빨리 치워버리거나 숨겨야 할 물건이므로 인간은 온갖 지혜를 동원하여 위생적인 변기를 발명하여왔다. 그런데 이 더러운 것을 황금값으로 환산하여 판매하고 또 그것을 예술품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만조니가 1963년 밀라노에 있던 자신의 작업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후 이 통조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사실이다. 2007년 미국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그의 통조림은 8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미술시장은 똥도 먹어치울 수 있는 특이한 식욕을 지닌 괴물인 모양이다. 이쯤 되면 모나리자가 인쇄된 싸구려 엽서에 수염을 그려 넣은 마르셀 뒤샹의 농담이 점잖게 보이기도 한다.

- 국제신문 2011.8.8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key=20110808.2202119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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