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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만의 현대미술 뒤집어 보기 <15> 조선에서 전쟁기록화 수집해간 야마다 신이치

최태만

침통한 학도병·가족 내면 묘사


지난번 글에 이어 이번에도 아시아·태평양 전쟁기 일본미술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제에 의한 식민통치시기에 조선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화가로 야마다 신이치(山田新一, 1899~1991)란 사람이 있었다.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했던 그는 관동대지진 이후 한반도로 건너와 패전 때까지 서울에서 활동했다.

전시 중 조선군 보도부 미술반장을 지냈던 야마다는 1939년 제1회 성전(聖戰)미술전에 출품했던 '조선학도병'을 비롯하여 1943년 '인천 포로수용소의 영군과 오스트레일리아 포로병들의 작업'과 1944년 '톈진 남해대학 부근에서 해질 무렵 야포전투도' 등의 전쟁기록화를 제작했다. 특히 '조선학도병'은 식민지 청년이 자신과 상관도 없는 일본의 전쟁을 위해 훈련소로 들어가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써 학도병 참전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는 사뭇 침통하다. 주인공 청년의 무표정한 얼굴과 수심에 찬 어머니, 손에 일장기를 들고 있으나 역시 표정이 없는 누이동생의 모습을 통해 명분 없는 전쟁에 동원된 조선 학생의 딱한 처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내선일치란 구호 아래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황국신민의 서를 낭독하게 만들었던 총독부는 전쟁이 파국으로 치닫자 학생들을 전쟁터로 보내기 위해 변절한 조선의 지식인을 동원해 학도병 출병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전선으로 끌려간 학생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갔을까. 전쟁이 끝나자 일본은 이들을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합사했다. 식민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전쟁터로 끌려간 것도 억울한 일인데 죽어서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남의 나라 신(神)이 돼 전범과 군국주의자들의 위폐를 모셔놓은 신사에 갇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도판으로만 전해지고 있을 뿐 이 작품의 소재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작가 자신이나 유족들에 의해 폐기되거나 깊은 곳에 은폐되고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야마다는 일제 식민통치시기에 조선에서 친일미술단체를 결성해 활동했던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즉 1943년 2월에는 그를 중심으로 후지시마 다케지(藤島武二)가 운영하던 미술학교에서 함께 수학한 동료들을 포함하여 조선에서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은 화가인 임응구, 김인승, 김만형, 손응성, 심형구, 박영선, 이봉상 등과 친일미술단체인 단광회(丹光會)를 결성했던 것이다. 단광회는 출발하자마자 야마다와 김인승을 비롯한 열아홉 명이 참가하여 '조선징병제 실시'라는 백호 크기의 작품을 공동으로 제작하여 4월 회원전에서 공개했으며, 6월 조선군 애국부에 헌납 형식으로 기증했다.

일본이 패전하자 야마다는 서울역 창고에 전쟁기록화 64점을 비밀리에 감춰놓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 작품들은 조선에서의 성전미술전을 위해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 대부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으로 돌아간 야마다는 미군정사령부(GHQ)의 호출을 받았다. 애초에 미군정사령부는 후지타 츠구하루에게 전쟁기록화의 수집을 맡겼으나 후지타가 꾀병을 부리며 나타나지 않자 그 임무가 야마다에게 넘어간 것이다.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 전쟁기록화를 수집한 후 그는 자신이 서울역 창고에 은닉해 놓은 그림을 가져가기 위해 다시 한반도로 왔다. 그와 함께 활동했던 김인승과 박영선 등이 서울에서의 전쟁기록화 수집을 도왔다는 기록은 있으나 그가 일본으로 다시 가져간 작품이 몇 점이고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음에는 미군정의 일본 미술가들이 제작한 전쟁기록화 수집과 미국으로의 이송, 그리고 반환에 대해 소개할 것이다.

- 국제신문 2011.8.22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key=20110822.2202120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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