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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만의 현대미술 뒤집어 보기 <22> 중국 현대미술의 앙팡테리블(문제아) 아이 웨이웨이

최태만

저항의 도구로서의 예술
최근 영국의 미술잡지 아트리뷰는 중국의 설치미술가이자 반체제 인사인 아이 웨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으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2007 카셀도큐멘타에서 1001개의 의자와 여행용 가방을 전시하고 1001명의 중국인을 초대하는 기획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새둥지(鳥巢)' 설계에도 중심적 역할을 했으나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항의로 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 공동감독으로 선임되었던 그는 지난 4월 3일 베이징 수도공항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하려다 공안당국에 체포된 후 외부와의 접촉이 끊어졌기 때문에 개막식에 맞춰 한국으로 오지 못했다. 그의 체포, 구금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미술관장협의회, 뉴욕 모마(MoMA), 구겐하임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미술관,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등이 중국당국에 그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홍콩에서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아이 웨이웨이가 베이징을 떠나지 않고 언론 매체와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보석을 허락했다. 구금된 지 81일 만에 풀려난 것이다.

중국 공안은 탈세혐의로 그를 연행했다고 하지만 실상 그가 그동안 보여온 행보가 중국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체포된 것이다. 그는 중국의 사회, 문화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당국의 검열에 맞서 인터넷의 자유를 지키자는 운동도 주도했고, 지난해 2월에는 중국 정부의 예술구역 강제철거에 항의해 베이징 중심가에서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므로 중국 정부로선 요주의, 위험인물이었던 셈이다. 작품 중에서 그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 천안문광장에서 중국정치의 상징인 천안문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며 권력을 조롱한 사진을 들 수 있다.

아이 웨이웨이의 이러한 저항정신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아버지 아이칭은 중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의 한 사람이자 시인이었으나 문화혁명 때 신장 위구르자치구로 하방(下方) 당했기 때문에 그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베이징영화학교를 거쳐 미국으로 유학, 파슨즈디자인스쿨을 다닌 그는 아버지의 위독 소식을 듣고 1994년 귀국한 이후 중국 공안당국이 불온하게 여긴 현대미술을 전개했다.

2008년 5월 서울의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전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아이 웨이웨이가 체포되기 직전에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에서 발표한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이 필자에게는 아직까지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지난 2월 말께, 필자가 재직 중인 국민대와 영국 코벤트리대와의 공동교과과정 개발을 위한 사전 협의차 런던을 방문했을 때 테이트모던에서 그의 유니레버(Unilever) 시리즈인 '해바라기씨'를 볼 수 있었다. 아이 웨이웨이는 실물과 같은 크기의 1억 개에 이르는 해바라기씨를 도자기로 제작했다. 1억 개의 도자기 조각은 또 수많은 인원이 동원돼 일일이 채색되었다. 테이트모던의 터빈홀 1층에 깔린 그 해바라기씨들은 2층 난간 위에서 보니 넓게 펼쳐진 카펫 같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의 집단초상을 보는 듯했다. 이 작품이 중국의 정치,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미술계의 문제아(enfant terrible) 그만이 할 수 있는 도전적이면서 신랄한,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설치작업임에는 분명했다.


국민대 교수·미술평론가

- 국제신문 2011.10.24
http://wcms.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600&key=20111024.22021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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