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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입 10년… 예술창작 지원 '레지던시'의 진화

편집부

옛 구로공단·폐교·난지도 등 활용… 작가들에 작업·전시공간 후원 시작…
국제교류 프로그램으로 발돋움

주민과 소통 '3세대 레지던시' 탈바꿈… 지역 명소 떠올라 경제적 효과 톡톡…
예술가 지원 전문인력 보강은 과제로

#1. 뉴욕의 명물 PS1미술관은 시(市) 정부가 롱아일랜드에 있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내 주면서 시작됐다. 뉴욕의 길거리 작가들을 세계적인 작가로 키워낸 이곳은 건물 외관 전체가 낙서 같은 그림 '그래피티'로 뒤덮혀 있을 정도로 자유로운 공간이다.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이는 PS1컨템포러리아트센터를 비롯해 여름 주말마다 열리는 라이브콘서트와 맥주파티에는 유료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2. 네덜란드 정부가 운영하는 암스테르담의 라이스아카데미는 입주 작가보다 이들을 돕는 스태프 수가 더 많다. 작가 수가 50명 정도라면 포진 인력은 60명이 넘는다. 입주 창작공간인 동시에 학술ㆍ연구기관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이곳에는 회화ㆍ금속ㆍ목공ㆍ사진ㆍ멀티미디어 등 분야별 관련 기술자(테크니션)들을 확보하고 있어 작가들의 창작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예술가의 예술창작지원 활동을 뜻하는 '레지던시'가 국내 도입 10년만에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레지던시가 활성화되면 예술창작활동의 활성화는 물론 지역재생,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변신이다.

'거주'라는 뜻의 영어단어 레지던시(residency)는 예술계에서는 작가들이 특정 기관 소속으로 몸담는 '전속'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에는 제한된 기간 동안 작가에게 작업공간 등을 제공하는 '예술창작지원'을 지칭하는 용어로 확대돼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레지던시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작가들의 창작 여건이 악화되면서부터다. 이후 2002년 6월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를 개관하면서 국내 레지던시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레지던시 10년, 3세대까지 진화=창작지원 프로그램인 레지던시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선구자들의 힘이 컸다. 1990년대 중반에는 논산과 강화 등지에서 폐교를 활용한 창작 공간 제공의 움직임이 있었다. 사립기관으로는 2000년에 개관한 쌈지스페이스가 예술가들의 창작을 후원했다. 이 무렵은 레지던시 뿐 아니라 대안공간 등 미술관과 갤러리가 아닌 '제 3의 미술기구'가 생겨나 젊은 작가들이 작업하고 전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기 시작한 때였다.

심규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를 크게 3세대로 나누어 설명한다. 우선 초기 1세대 레지던시는 미술가들에게 작업과 전시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되지 않은 미술가들에게는 작업실을 얻는 것만으로도 큰 후원이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2세대 레지던시는 국제교류 프로그램과 학술행사 등을 펼치며 작가 인큐베이팅 및 프로모션 기구로 발돋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창동과 고양 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지금은 3세대 활동이 시작됐다. 국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오픈스튜디오 등 외부와의 교류를 시도하며 주변 일반인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시도하는 '지역 내 문화중심지구'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어서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체제에서 발전해 이제는 작가가 지역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시대상ㆍ사회상을 반영한 작업을 시도하는 추세다. 또한 문화적 욕구가 높아진 지역민들 역시 예전의 일방적인 문화 수용자ㆍ감상자에서 벗어나 '문화프로슈머'로서 예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례로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창작스튜디오는 인근의 인창, 창동 재래시장을 무대로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문화예술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09년 경기도 안산에 국내 최대규모의 레지던시로 개관한 경기창작센터는 청소년 보호감호소가 있던 선감도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국작가들에게는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기회를, 외국작가들에게는 한국의 도서지역 생활 문화를 경험하며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총 36명을 뽑는 올해 입주작가 공모에 78개국 474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총 743명이 지원해 2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주목받는 레지던시 효과=레지던시의 효과는 예술가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 재생'은 물론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도 확장되고 있다. 미술이 낙후된 지역을 되살린 사례는 영국 런던 테임즈강 발전소를 개조한 테이트모던갤러리나 뉴캐슬의 제분소를 재활용 한 발틱현대미술센터, 철강산업의 쇠퇴위기를 극복한 스페인 빌바오시의 구겐하임미술관, 독일 칼스루에의 탄약공장을 리모델링해 파격적인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ZKM미디어센터, 구 동독에 위치한 타클레스 예술인촌 등이 유럽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이 같은 활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은 차이나타운에 인접한 일제시대 옛 창고건물을 개조해 버려진 문화불모지를 되살렸다. 요즘은 미술계 관계자 뿐 아니라 인천 차이나타운에 먹거리를 찾아 방문한 사람들이 볼거리를 찾아 이곳을 들르기도 하는 추세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금천예술공장은 독산동의 옛 구로공단 지역에 위치해 인쇄공장과 우시장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낙후된 지역이지만 이 같은 배경은 작가들에게 색다를 아이디어를 제공하기에 특히 외국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옛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의 침출수처리장을 리모델링한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인근 하늘공원ㆍ노을공원과 함께 지역주민의 인기 방문지가 됐다. 특히 이곳 난지갤러리의 기획전과 오픈스튜디오가 인기있다. 입주작가 평균경쟁률은 25대1에 이른다.

◇자율성 보장, 전문인력 보강은 과제=국내 레지던시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여전히 많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매니저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당위성이 정립된 상태인 만큼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라며 '예산과 인력 지원을 늘려주되 지원 기관이 조바심을 내지는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연예술의 경우 지원받은 작가ㆍ배우들이 공연을 열어 관람객 수를 통한 집계가 가능한 반면 미술(시각예술)의 경우 현장에서 즉각적인 반응과 효과를 추산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에 대한 직접적인 단기 결과에 매달리지 않고 중장기적 지원이 보장될 경우 작가들의 성장폭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공립미술관이 창작스튜디오와 레지던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특이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순영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매니저는 '국공립 미술관에서 레지던시 운영하는 것이라 특히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높다'라며 '전문기관인 미술관이 관여하고 있기에 작가들의 활동이나 레지던시의 후원에 대한 기대치가 함께 상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입주 기간에만 그칠 뿐 후속 프로그램과 프로모션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보완해야 할 몫으로 지적된다.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성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뉴욕 PS1의 사례처럼 레지던시의 자율성을 보장할 경우 예술가들의 창의성이 반영된 '대안'이 실현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ㆍ참여 프로그램 외에도 예술축제 등의 새로운 행사를 모색하려면 작가들의 자유분방한 기획과 실행을 지원하는 자율성이 절실하고 이는 나아가 관광코스 개발 등 경제효과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레지던시의 미래상은 '전문화'를 통한 맞춤식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한 공간으로 내다볼 수 있다. 심 매니저는 '김해에 위치한 김해클레이아크미술관의 경우 건축ㆍ도자 중심의 미술관 특성을 반영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처럼 향후 5년 내에는 입주작가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장르별 지원과 세부 프로그램을 골라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서울경제 2012.1.28
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1201/e201201271636171182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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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예술따라… 서울 주변 레지던시 주말여행 코스로 인기
조상인기자 ccsi@sed.co.kr입력시간 : 2012.01.27 16:36:58수정시간 : 2012.01.27 16:36:58


주말 근교여행의 주제를 '레지던시'로 잡을 수 있을 만큼 서울과 수도권에는 다양한 창작촌이 분포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미술과 그 외 공연ㆍ문학까지 아우르는 총 11개의 서울시창작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옛 서교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서교예술실험센터는 홍대 앞의 젊은 실험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공간으로 미술가와 공연관계자들이 입주해 있다. 독산동의 금천예술공장은 해외 레지던시 기관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지난해 예술가와 학생, 과학자들이 참여한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전'은 미디어아트를 제품에 적용, 실용화하는 예술과 산업의 접목을 이끌어냈다. 홍은예술창작센터는 친환경예술을 주제로 설립됐다.
중앙시장 지하아케이드를 개조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공예작가를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주말 프로그램인 '나도 예술가'는 2년간 누적참여자가 2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옛 성북보건소 자리에 들어선 성북예술창작센터는 '예술 치료'분야로 특화돼 있다. 예술을 통한 치료를 목적으로 공작소, 다방, 영화관 등이 무료로 운영된다. 문래동 옛 공장지대는 200~300명의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문래창작촌'을 자생적으로 형성했고 이곳의 철공소 자리에 문래예술공장이 개관해 예술인 창작과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상암동 생태공원 내 난지 창작스튜디오는 매달 1~2회의 기획전을 난지 갤러리에서 열고 있으며 입주작가의 작업실을 일반에 공개하는 '오픈스튜디오'를 열고 있다. 창동 창작스튜디오는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고양 창작스튜디오는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기문화재단의 경기창작센터는 4호선 안산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찾아갈 수 있으고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에 위치해 인천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할 수 있다. 이들 레지던시들의 '오픈스튜디오'는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공개된 행사이므로 부담없이 찾아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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