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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① 세잔느의 회의(懷疑)

김은영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유명한 회화론 ‘세잔느의 회의(懷疑)’에서 회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하나의 정물화를 위해 100번의 작업시간을 필요로 했고, 하나의 초상화를 위해 모델을 150번이나 앉혀놓았다. 우리가 그의 작품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세잔느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시론이요, 그에 대한 접근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입체주의의 이론을 기초하고 흔히 현대회화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세잔느는 캔버스 앞에 서서 그 천부적인 작업에도 늘 회의(懷疑)하고 그러고도 다시 한번 질문했다. 오늘날 우리가 이토록 마음 편하게 감상하고 있는 세잔느의 ‘사과와 오렌지를 그린 정물’그림이, ‘생 빅토와르산의 정경’은 화가가 일상적인 행복을 유보한 채 숱한 나날들을 새로운 미술의 방법에 대한 성찰로 일관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폴 세잔느 作 ‘사과와 오렌지가 있는 정물’(1895∼1990)



현재 우리가 고전이라 분류하고, 명작의 반열에 들어선 작품들도 사실, 어떤 면에서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분명하게 담아냈다. 미술은 어쩌면 ‘인간이 세계를 보는’ 변화의 역사였으며, 그림은 늘 그 시대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가장 첨예하게 고심했다. 그래서 그림에는 역사도, 혁명도, 권력도, 정치도, 사람도, 사랑도, 고독도, 번민도 녹아있는 것이다. 미술을 통해서 시대를,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생활사, 문화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현대미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복잡하고 다단한, 그러면서도 동시에 정교하고 유랑적인 현대사회를 ‘담론’이라고 하는 문제의식을 통해 시대정신을 거울처럼 반영해주는 비엔날레라는 미술형식도 마찬가지다. 작가들은 ‘눈에 보이는 세계’를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실제 존재하는 현상세계를 적나라하게 혹은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작품을 통해 시도하는 예술적 소통은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작가들이 미술을 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 생각’ 역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매회 시대와 작가를 오가면서 흐를 ‘그림 생각’이 독자들에게도 자신을 되비쳐 보는 각별한 여정의 매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


- 광주일보 2012.9.13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47462000477398007&search=%BC%BC%C0%DC%B4%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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