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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 생각] ② 피에타(Pieta)

김은영

영상의 시대, 영상에 지배되는 오늘날, 영화가 우리 일상에 파고든 영역은 가히 경이롭다. 그런 영화는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상상력을 발전시킨 경우가 많다. 그림을 탯줄로 하는 영화가 적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국민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오마주로 영화 ‘꿈’에서 고흐의 그림을 영화 속 화면에서 재현한 바 있다.

얼마 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김기덕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중세 기독교미술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탁월하게 표현해냈던 작품 ‘피에타’가 화제다. 화가였던 구로사와감독처럼, 파리의 길거리 화가였던 김기덕 감독은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에서 형식상의 영감을 받았다.

미켈란젤로(1475∼1564)는 일생을 통해 성모마리아가 예수의 주검을 안고 비통해하는 구도인 ‘피에타’ 4점을 남겼다. 그 가운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포스터에 차용되고 있는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1498∼99)가 모든 ‘피에타’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 중 가장 백미로 손꼽힌다. “아름다운 육체의 조화로운 형태를 조각할 때 신과 더 가까이 있다”고 느꼈던 미켈란젤로의 이 피에타는 성모마리아의 비극적 탄식보다 장엄한 아름다움이 먼저 느껴진다. 아들을 잃은 모성과는 조금 비껴서 있다. 오히려 미켈란젤로가 세상을 떠나기 3일전까지 만졌던 ‘론다니니의 피에타’(1564)에서 자식을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과 괴로움이 느껴진다. 아들의 주검을 일으켜 세우려는 성모의 안간힘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모자가 고통 속에서 하나가 된 모습을 본다.

영화 ‘피에타’의 메시지가 궁금했다. 영화를 보면서 절반은 두 눈을 가려야 했다. 영화에서라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잔혹한 현실세계가 끔찍했다. 이 세상이라는 틀 안에서 큰 죄든, 작은 죄든 죄를 짓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연민, 신에게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피에타’를 간구한 것인가. 신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광주일보 2012.9.20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4806680047797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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