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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 생각']③ 카리스마(charisma)

김은영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택하는데 우리가 가장 우선해야 하는 덕목은 무엇일까? 대중의 지지가 중요시되는 선거에서는 어쩌면 매체에서 접한 후보의 ‘이미지’에 의해 선호도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래전 인물 평가의 기준이었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전통은 아직도 유효하고, 시각적 욕망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오늘날 더 대세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지도자로서 자신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통제한 예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손꼽는다. 알렉산드로스는 세상에 어떤 인상을 남겨야 하는 지를 잘 알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초상조각을 그리스 출신의 최고 조각가인 리시포스에게 맡겼다.

작품 ‘헤라클레스 모습의 알렉산드로스 대왕’(BC 330년경)은 리시포스의 조각을 토대로 한 후대의 복제품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리시포스는 ‘감동적인 눈길’과 ‘사자 갈기같은 머리카락’ ‘다부진 목’을 통해 대왕의 카리스마를 정확하게 표현해냈다. 헤라클레스의 혈통을 잇는 알렉산드로스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는 장치로 헤라클레스를 나타내는 불멸의 지물인 사자의 머리 가죽을 뒤집어쓴 소년으로 묘사했다. 대왕은 동방원정을 나서면서도 그리스의 화가, 조각가, 역사가 등을 동반해 초상조각을 남겼고, 그를 본 사람들은 열광했고 동시에 두려워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카리스마’를 대중에게 전한 것은 예술의 힘이다. 내면을 이미지로 끌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매력적으로 발휘됐을 때에만 이미지는 보는 이들과 공명할 수 있다. 이미지는 본질을 명료하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 본질과 달리 ‘분칠’ 수준에 그칠 때도 있다. 그래서 문제는 언제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다.

로마 1000년의 저력에 매료되었던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그 기틀을 만든 지도자에게는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 제어능력, 지속하는 의지가 요구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고 시대를 바꾸어가는 지도자를 가지려면 지도자를 보는 엄격한 우리들의 눈이 필요한 것 같다.


- 광주일보 2012.9.27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48671600478559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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