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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만난 현대미술] ① 파리서 활동 한국의 거장 이우환

정달식

프랑스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과 함께 유럽에서 현대미술을 이끌어 가는 중심 국가 중 하나다.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이 20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한 대표적 미술가들이다. 이에 본보는 '유럽에서 만난 현대미술'이라는 주제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미술가 이우환과의 만남, 프랑스 미술시장(FIAC) 및 유럽 유명 작가들의 아틀리에 탐방 등을 통해 현대미술의 방향과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백남준 이어 두 번째 뉴욕서 회고전 '화가는 마음속 끌림·울림 그려내고 젊은 작가가 한국 미술 밝게 해야'

이우환(76)이 현대 미술에서 가장 잘나가는 미술작가 중 한 명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지 싶다. 파리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적 미술행사에 참가했고, 2011년 백남준에 이어 한국 작가로는 두 번째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브루클린미술관, 베를린국립미술관, 퐁피두국립미술관,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백남준 이어 두 번째 뉴욕서 회고전 

'화가는 마음속 끌림·울림 그려내고 

젊은 작가가 한국 미술 밝게 해야'


그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다. 현지 시각으로 18일 오후 7시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한식당 '우정'에서였다. 그는 1년 중 프랑스와 일본, 한국, 미국 등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4시간 30분가량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예술에 대한 생각을 실타래처럼 풀어냈다.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에둘러 우리의 아픈 곳을 꾸짖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나타난 그는 다소 쌀쌀한 날씨 탓인지 두툼한 목도리에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이날 자리에는 미술전시 기획자이자 평론가인 김수현,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이배(한국에서는 '이영배'란 이름으로, 프랑스에선 '이배'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 604 전창래 대표도 함께했다.

그는 작가에 대한 얘기부터 끄집어냈다. 화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느냐에 대해 '뻔히 아는 것 그것을 그리는 게 화가가 아니다. 알고 있지 않은 부분을 그리는 게 화가'라고 했다. '마음속 끌림', '마음 속 깊은 곳의 울림'을 그려내는 게 훌륭한 작가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밑바닥 생각을 표출해 내는 게 중요하다'했다. '한국에서 70년대 활동하던 작가들은 시대의 존재성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들은 가슴속에 와 닿는 것을 그려내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작가는 모름지기 가슴 깊은 곳에 있는 그 어떤 것을 끄집어내 표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훌륭한 작가죠.' 앙드레 말로가 말한 '혼이 드러난 작가'처럼.

예술에 대한 철학을 밝히며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감성의 문제죠. 어떤 철학자보다 위대한 것이 예술인데, 감성이라는 게 바깥에 의해 늘 바뀐다는 것을 철학자는 몰라도 예술가인 '모네'는 일찍이 간파했죠. 그게 예술가의 눈이죠. 예술가는 철학자보다도 더 앞서 가고 있다고 자부해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술가에게 그런 눈이 부족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갤러리에 대해서는 '당장 전망 있는 젊은 작가가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화랑은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젊은 작가를 선택해서 키워야 한다'고 독려했다. 선택한 작가들 가운데 70~80%가 전망이 없더라도 키워야 하는 게 화랑이 할 일이고, 이게 앞으로 한국 미술을 밝게 하는 길이라는 말도 강조했다. 부산 미술에 대해서도 에둘러 충고했다. '부산은 항구죠. 그래서인지 흘려 보내기만 하는데, 담아야 합니다. 항구가 발효되지 않는 게 문제죠'라고 했다. 

천천히 와인을 음미하던 그는 불쑥 와인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와인이라는 게 맛있는 것, 비싼 것만이 좋은 게 아니라 계통이 서 있는가, 제대로 꾸며져 있는가가 중요하죠. 무작정 비싼 것을 보여주면 한국에서는 아마 잘 팔릴 겁니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죠.' 와인 이야긴가 하고 듣고 보니 결국 미술 이야기다. 와인을 통해 한국 미술의 슬픈 현실을 꼬집었던 게다.

자신의 근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1년 중 7개월가량은 유럽에서, 또 5개월 정도는 일본과 한국에 있었죠. 하지만 최근엔 2개월은 미국, 5개월은 유럽, 나머지 5개월은 일본에 머물며 지낸다고 했다. '유럽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일본에 있으면 생활상의 잡일이 너무 많아, 물론 좋은 가족이 있어 안심이 되긴 하지만. 힘들어!'라고 했다.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근래에는 작품 제작도, 전시도 조금씩 죽이고 있어요. 또 그래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내 작업이 단순하다 보니, 그리고 패턴도 비슷하다 보니 사람들이 저 사람 맨날 똑같은 일 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요. 전시는 어느 정도 해봤으니, 이제 좀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천천히 하려고요.' 

그는 이후에도 어린 시절 경남 함안 군북에서 소 먹이던 이야기, 컴퓨터에 관한 생각, 조각과 평면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4시간 넘게 풀어나갔다. 시간은 밤 1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부산일보 2012.10.23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21022000047#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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