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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만난 현대미술] ② 프랑스 현대미술 - 2012 FIAC 탐방

정달식

아트페어(Art Fair)는 흔히 몇 개 이상의 화랑이 한곳에 모여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로, 미술품 판매는 물론이고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 간의 정보교환, 시장 확대를 위해 개최된다. 세계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는 스위스의 바젤, 미국의 시카고, 프랑스의 피악(FIAC)을 들 수 있다.

프랑스의 피악이 지난 18일(현지시각)부터 21일까지 나흘에 걸쳐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렸다. 1974년에 처음 열려, 올해로 39회인 피악은 24개국에서 182개 화랑이 참가했다. 이 중 40여 화랑이 올해 처음으로 피악에서 전시를 했다.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서 그랑팔레까지 1㎞가량 되는 도로 양옆으로는 피악을 알리는 검고 하얀 깃발이 인도와 차도 경계 사이로 줄지었다. 파리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악이 열리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24개국 182개 화랑 참가, 개막 전부터 긴 행렬 

20세기~동시대 넓게 다뤄… 중간 작가 작품 많아 

침체기 한국 시장, 다양한 판매 방식 수용 필요


개막 2시간 전부터 그랑팔레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십m 줄지어 서 있었다. 개막하자 그 줄은 수백m에 달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기회였다. 

안내를 맡은 김수현 미술평론가는 '그랑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만든 건축물로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된다'고 했다. 아트페어 행사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그랑팔레뿐만 아니라 루브르의 튈르리 정원, 자르댕 플랑트 공원 등 파리 시내 곳곳이 전시 장소로 이용된다고 덧붙였다.


여타 아트페어와 달리 피악은 예술가 개인이나 경매 회사를 통한 참가를 허용하지 않고 갤러리만 엄선해 참가시키는 게 특징이다. 2012FIAC에서는 여느 때처럼 20세기부터 동시대까지 넓은 범위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소위 잘나가는 갤러리인 캐멀 므누에서는 인도 태생의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도 보였다. 카푸어의 작품은 하얀 벽 속에 착시를 이용해 심연의 공간을 펼쳐 보였다. 세계적인 갤러리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피카소의 다양한 작품을 구경하는 것은 호사였다. 다니엘 템플론에서는 중국 위에민준의 회화와 얀 파브르의 조각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파리의 유명 갤러리 로팩에서는 안토니 곰니의 철 작품도 출품됐다. 철로 만든 둥근 공을 사용해 사람이 마치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스 메이어 갤러리에서는 백남준의 스승으로 불리는 요셉 보이스의 작품으로 갤러리를 채웠다. 

피악에서는 조각은 비교적 풍성했고 이미지를 오리고 붙여 만든 콜라주 작업도 일부 보였다.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의 작품('Dialogue)'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선 국제 갤러리가 티나 킴 갤러리와 공동 참여해 이우환, 이기봉, 김수자, 박서보, 양혜규 등 한국 작가 6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사용하는 부스도 참가 갤러리 중 큰 축에 들었다.

티나 킴은 '특별히 이곳 사람들은 한국 작가라고 해서 관심을 두진 않는다. 갤러리를 놓고 보면, 꾸준하게 작가를 소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 보고 두 번 보고 하면 더 신뢰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FIAC을 둘러본 김수현 미술평론가는 '외형적으로만 보면, 지난해에는 대가의 작품이 많았지만, 올해에는 중간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 게 특징인 것 같다'고 했다.

현재 국내 미술 시장은 침체기라고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국내 경제의 불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 미술 시장이 획일화되고 단순화된 유통구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도 국제적인 아트페어에 적극 참여해 다변화된 미술품 판매 방식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피악을 통해 전통문화와 새로운 창작, 미술사가 지닌 본질과 시대를 앞서 가는 현대 미술이 공존한 프랑스 미술의 강한 정체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 부산일보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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