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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만난 현대미술] ③ 벨기에 미술 거장, 얀 파브르의 작업실을 가다

정달식

▲ 자신의 아틀리에 앞에서 자세를 취한 얀 파브르.




명작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 도시이자 화가 '루벤스'로 유명한 벨기에 북부 도시 안트베르펜. 그곳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얀 파브르(54)의 아틀리에가 있다.


얀 파브르는 '파브르 곤충기'의 저자이자 곤충학자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의 증손자다. 벨기에 태생으로 화가, 조각가, 연극 연출가, 안무가,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유럽의 대표적 예술가다. 지난해 9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모네에서 워홀까지' 전에서 전시장 바닥에 중세 전사의 갑옷 형태(제목 '생귀스·맨티스 풍경')를 전시했고, 최근에는 갤러리 604에서 비단벌레 날개로 두개골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 작품을 선보였다. 그를 지난 14일(현지 시간) 벨기에 작업실에서 만났다. 


얀 파브르의 작업실 방문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기자가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취재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진한 커피에다 달콤한 레몬 빵, 쿠키를 내놓으며 최근 브리쉘 왕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고 근황부터 전했다. 한 달 전 부산에서 봤을 때보다 살이 빠진 것 같다고 하자 '조만간 사진 촬영이 있어 몸을 만들기 위해 검도와 달리기로 살을 빼고 있다'고 했다. 


담쟁이덩굴이 외벽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작업실은 예상보다 컸다. 콘크리트 구조의 4층 건물로 연면적이 자그마치 1만 6천㎡ 규모다. 작업실 내부 벽면은 사방이 온통 하얀색이었다. 작업실 가운데는 중정(마당)처럼 비웠는데, 그곳에서 주로 작업한다고 했다. 천장 곳곳엔 무거운 재료를 손쉽게 들어 올릴 수 있게 레일과 미니 크레인이 설치됐다.


작은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다 이곳으로 온 지 1년가량 됐다고 했다. '주변에 예술촌이 있긴 하지만, 태어난 고향이라서 이사 온 것이지 특별히 곁에 예술인들이 있어서 온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금만 성공하면 고향을 떠나기 바쁜 한국의 풍속도와는 달랐다. 그는 '왜 굳이 고향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그의 말에서 자존심이 강한 그의 면모를 다시 읽을 수 있었다. '큰 아틀리에로 옮기고 나니 작품 저장과 관리가 쉽고, 스펙터클한 작업을 할 수 있어 좋다'고도 했다. 


작업실 이곳저곳을 소개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뇌(腦)' 작품과 앞으로 전시할 '뇌' 신작도 보여줬다. 뇌 위에서 생명의 나무를 꽃 피우거나, 삽질하는 형상을 조각한 작품도 있었다. 11월 3일 벨기에 크노크에서 전시할 브론즈 작품도 소개했다. 브론즈 작품 22점과 브론즈 작품을 만드는 틀인 왁스 11점을 전시할 예정이라 했다. 그가 수공으로 왁스를 만들어 공장에 넘기면 그곳에서 브론즈를 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작업실엔 전시 준비를 위한 칼, 투구 형태의 작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기도 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연구에 흥미를 느낀 유년 시절부터 자연과 인간, 곤충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여기서 얻은 성찰은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소멸하는 자연의 순환원리, 인간의 덧없음으로 그의 작품에서 핵심적 개념이 됐다. 이런 주제를 미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로 표현,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작업실 소개를 마친 얀 파브르는 안트베르펜 중앙역 옆 동물원에 자신의 작품이 전시 중이라며 이곳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거북이 모양의 모자이크 작품과 브론즈로 된 거북 조각을 볼 수 있었다. 직접 연출한 연극도 보여줬다. 4시간 15분가량 쉼 없이 진행된 연극이 끝날 때까지 객석을 메운 800여 명의 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미술인, 안무가 등 종합 예술인 얀 파브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얀 파브르는 '부산에서 내년 하반기엔 드로잉 작품, 2014년엔 조각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 부산일보 2012.10.27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21026000052#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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