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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만난 현대미술] ④ 건축과의 접목, 가와마타 작업실을 가다

정달식

지난 3월, 부산 중구 중앙동 갤러리 604에서 자갈치 시장의 생선 상자에서 영감을 얻어, 3천600개 나무상자로 다양한 설치작품을 선보였던 작가가 있었다. 그는 지난 8월엔 대구미술관에서 사과 상자 8천여 개로 '대구의 기억'을 표현해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와 일본을 오가며 설치미술을 선보이는 다다시 가와마타(59)다. 그는 부산과 대구의 지역성과 특수성을 담은 나무상자를 이용해 관습과 역사, 환경을 돌아보게 했다.

그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이번에 새로 마련한 아틀리에로 지난 8월, 이층집과 함께 마련한 것이라 했다. 2층짜리 건물의 인상은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묘하게도 일본식 전통 가옥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작업실은 100㎡ 남짓 됐다. 작업실에는 작품 두세 점이 오른쪽 벽면에 노출된 상태로 세워졌고, 그 반대쪽에 작가의 책상이 놓여 있었다. 

'다섯 살 아들 학교 때문에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하다 보니 현장이 필요했지, 작업실은 크게 필요 없었는데 결혼하고 아이 기르면서 살 집도 필요했어요. 이렇게 아래위로 작업 공간도 있고 집도 있어서 참 좋아요.' 쉰 살이 넘어 늦게 결혼하고 보니, 자녀 양육에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파리에 살고 싶어서 집을 산 게 아니라 정말 '우연히' 구입한 것임을 애써 강조했다. '150년 전 집주인도 직업이 화가였는데, 이곳을 아틀리에로 사용했다'며 집의 내력도 간단히 소개했다.

'작업실에서는 주로 계획을 짜고 작은 프로젝트 모형을 만들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는 용도로 작업실을 이용하기도 하고요.' 작업은 주로 밤에 많이 한다고도 했다.

그는 파리 '에꼴 드 보자르'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2년,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작가로 초청됐다. 그는 건축을 예술 작품에 도입하는 작업을 줄곧 해왔다. 1987년은 건축으로 가는 출발이었다. '이젤을 쌓아 올린 작품이었는데, 그게 바로 건축과 예술을 접목한 시작이었죠.' 

그의 작품은 페인팅 작업이 우세하던 80년대, 물건을 쌓아 구조물을 만드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미술인뿐만 아니라, 건축인 사이에서도 꽤 알려졌다. 그는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지에서 건축학교나 워크숍 형태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지역주민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합니다. 공동 협업 말이죠. 네덜란드에서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가량 일하기도 했죠.' 공동 협업은 가와마타 작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개인 조수를 두지 않으며, 프로젝트마다 현지인과 협업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공동 협업은 한국에서도 이뤄졌다. 대구미술관 전시 때, 전시 작업을 위해 지역 자원봉사자 20명과 함께 작업했다.

지금 한국에서 열고 있는 대구 전시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대구미술관 관장이 갤러리 604 전시를 보고 관심을 보여 이뤄졌죠. 6월에 만나, 7월에 결정하고, 8월에 전시했죠.' '콩 볶아 먹듯' 전시를 했다며 웃었다.

건축과의 접목에 대해 그는 건축이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란 이유를 댔다. '앞으로는 건축도 예술도 아닌 중간 정도에서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어느 한 쪽에 집중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예술가로서 파리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내게 파리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장소이자, 기회입니다.'

- 부산일보 201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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