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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⑨ 추수

김은영

볼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은 ‘이미지의 홍수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평가들은 ‘스펙타클의 폭력’으로 인한 우리시대 이미지의 과도함이 종종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도 한다.

모네 작 ‘햇빛을 받는 낟가리’
 

역설적이게도 필자는 종종 서정적인 자연의 이미지에서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오월 모내기를 막 마친 후 연두 빛 어린 모가 가지런한 무논이 그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금은 농부의 손길 대신 이앙기로 줄맞춤을 하지만 비례와 균형 등의 미적 형식까지 갖춘, 여린 모의 행렬이 빚어낸 초여름의 초록빛 들녘은 경탄스럽기 그지없다. 또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의 황홀한 인상, 가을걷이를 끝낸 후의 ‘텅 빈 충만’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느끼는 친근한 미감일 것 같다.

끌로드 모네(Claud Monet:1842∼1926)의 작품 ‘햇빛을 받는 낟가리’(1891년)는 이러한 우리의 심상에도 정감을 주는 작품이다.

인상주의 화가였던 모네는 물체의 색이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모든 대상에는 고유한 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 유명한 지베르니의 들판에서 3년에 걸쳐 ‘낟가리’ 연작을 26점 그렸다. 봄, 여름부터 겨울까지 아침 낮 석양 비 눈 추위와 함께 ‘낟가리’ 연작들을 그리며 흐르는 시간과 더불어 순간순간 변해가는 빛의 효과들을 완벽하게 추적한다.

‘무엇’보다 ‘어떻게’ 그리는가에 사로잡혔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오늘날 편안한 예술로 보여지지만 그 당시엔 가장 급진적인 화풍이었다. 한 시대의 혁명적 정신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 ‘낟가리’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목가적인 느낌을 주는 낟가리는 전원풍광의 원형으로서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것 같다. 모네가 ‘낟가리’에서 덧없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수확’했다면 우리들은 이 가을 무엇을 추수할 수 있을까.

 

-광주일보 2012.11.16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5290520048225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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