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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여성작가회 20주년 정기전 / 두 겹의 그림자 노동 (2)

이선영


(1) http://www.daljin.com/column/17274


추상

조형언어가 세상을 비추는 투명한 창이길 거부하고 그 자체의 물성을 가지는 추상미술은 의미전달의 수단이 아닌 존재론적 위치를 가진다. 고은주는 부적같은 느낌의 꽃 패턴이 있는 한쌍의 작품으로 꽃의 상징적 의미를 전달한다. 블랙과 화이트 물감 얼룩으로 이루어진 구모경의 작품은 무엇이 배경이고 무엇이 형태인지 알 수 없게 했다. 화면의 균열이 식물의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구미경의 작품은 생성 소멸하는 자연의 이치를 표현한다. 얼음에 갇힌 꽃같은 구본아의 작품은 오랜 시간이 축적되는 노동의 액체가 고체화되는 순간을 그린다. 권희연은 3x4열로 배열한 하늘 풍경이 연상되는 화면들로 광야에서 펼쳐지는 삶을 표현한다. 실 놀이같이 엉킨 줄이 평면을 횡단하는 김귀주의 작품은 수많은 길로 이루어진 삶이 있다. 김성실은 원색으로 정사각형 화면을 조각보 같은 패턴으로 채워 넣는다. 김윤순의 추상적 풍경은 꽃무늬 삼각형으로 된 산풍경이 하늘색을 바탕으로 화사하게 빛난다. 

푸른 색면이 하얀 베일에 감싸인 듯한 김은미의 꼴라주 작품은 켜켜이 쌓인 경험의 흔적들이다, 나무숲, 꽃구름 같은 이미지가 올록볼록 불규칙한 곡선 안에 있는 김은하의 작품은 지속과 순간의 관계가 있다. 볍씨가 화면 한가운데 보이는 김인자의 작품 [시간 속에서 존재와의 만남]은 시간, 존재와 같은 추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지 꼴라주로 나무 같은 실루엣을 표현한 김춘옥은 나무 몸통에서 벗겨져 나온 듯한 형태로 무위자연을 표현한다. 김혜진은 식물적 형태를 리드미컬 하게 배치한다. 촘촘한 섬유의 망, 그리고 중간중간 검은 얼룩도 있는 김희진의 작품은 다차원적 연결망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남빛의 작품 [바람의 소리]는 얽히고 설킨 나뭇가지가 떠오르지만 화면에 밀착되어 선적표현 추상적이다. 노신경은 바느질로 구름같기도 꽃같기도 한 비정형적 형태와 색, 그리고 그 사이를 보여준다. 류민자는 다채로운 색감의 풍경을 유기적 패턴으로 환원시켰다.

박미영은 몽글몽글한 느낌으로 일상의 한때를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박선희는 티백(Tea bag)을 쌓아서 만든 추상으로 반복과 축적으로 이루어진 사유를 은유한다. 두 개의 사각형이 만나는 부분을 표현한 박용자의 작품은 화면 밖의 보이지 않은 부분에 대한 상상을 야기한다. 전통문양을 닮은 동심원 두 개가 위아래로 마주한 박효선의 작품은 원(圓)을 잠재되어 있다. 풍경이자 흑과 백의 형태/색면의 배치인 배한나의 작품은 마치 퍼즐같다. 별할매의 작품에서 하늘색, 녹색 등 풍경 관련 색조로 매일 저녁 산길의 경험이 추상화되어 있다. 밝은 바탕에 회색, 검정 형태 얹은 복부희의 모노톤 작품은 작가가 대면한 그때그때의 세상에 대한 감성적 표현이다. 손희옥의 작품에서 푸른 물주머니와 맞닿은 듯한 식물 이미지는 희망적이다. 가로줄 얼룩 위에 검은 얼룩 형태들이 박혀 있는 송수련의 작품은 현상이 아닌 본질을 직시하려는 내적 시선을 표현한다. 
커다란 달의 궤적이 드러나 있는 송윤주의 작품은 달의 주기와 조응하는 생명의 질서를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송인혜는 몇 번의 시원한 붓질로 경사가 완만한 언덕 풍경같은 추상화를 그린다. 그리드 구조의 바탕의 결절점에 둥근 포인트를 준 송환아의 작품은 밝은 땅(倍達)을 추상화한다. 두 가지 색으로 땅과 숲을 표현한 신봉자는 그 위에 나뭇가지를 붙여서 추상을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먹으로 다양한 굵기의 가로 세로줄 그은 신지민의 작품은 번진 형태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하다. 안경자는 화면 가운데서 하얀 액체가 분출하는 느낌으로 역동적 삶을 표현한다. 우재연은 풀려나와 뭉쳐지는 듯한 전이의 과정을 통해는 통해 윤회(輪回)를 표현한다. 원문자의 [사유공간]은 움직이는 마음을 비롯해서 뭔가 발생하는 공간을 표현한다. 이미연은 심층에서부터 드러나는 또는 가라앉는 형태/색을 표현한다. 푸른색 패턴이 붉은색 패턴을 휘감는 듯한 이보경의 작품은 지난여름을 추억한다. 

이선미는 한지로 위아래로 물결치는 결의 느낌을 촉각적으로 살린다. 이윤선은 어두운 바탕을 관통하며 전율하는 빛을 통해 고뇌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윤정은 뽑기놀이 틀을 여러 층으로 겹쳐놓아 추억을 소환한다. 동그라미 속에 또 다른 동그라미들이 가득 채워 넣은 이영묵의 작품은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비유이다. 뾰족지붕 집과 나무 등을 기하적 패턴화한 이화자의 작품은 율동감이 두드러진다. 이효순의 [언어 지우기]는 화이트로 글자를 지운 듯한 화면으로 의미가 아니라 존재를 향한 자유를 표현한다. 장혜용의 [산으로]는 산의 능선들처럼 보이는 선과 그 안을 평탄하게 채우는 색 면으로 추상적 풍경을 그린다. 정선진의 작품은 붉은 벽돌을 배열한 듯한 사각형들로 덮인 평탄한 화면이다. 정선희는 모든 것이 생겨나고 돌아가는 흙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사각형 안의 사각형으로 구성한 조명식의 작품은 기하적 추상이지만 테라코타의 따스한 느낌이 있다. 

영수증 다발의 이미지가 추상적 형태를 이루고 있는 진현미의 작품은 소비사회의 일상적 삶의 흔적을 표현한다. 자잘한 무늬로 덮인 두 개의 붉은 정방형 캔버스가 균형을 이루는 채성숙의 작품은 제목 그대로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다. 최미연의 핫 핑크가 주요색인 밝게 빛나는 색으로 무엇인가 깨지고 다시 무엇인가 생겨나는 상태를 표현한다. 번진 잉크처럼 아래로 시원하게 죽죽 내려그은 선들이 이루는 산 풍경을 그린 최소영의 작품은 물감의 속성과 재현이 함께 녹아 있다. 화면을 거의 다 차지하는 검은 형태에 하얀 점을 가득 찍은 최윤미의 작품은 평면적이지는 않지만 구체적 형태도 없다. 표주영의 [새벽을 여는 시간]은 얼룩 조각들을 자르고 붙이며 그리는 과정을 통해 수많은 겹과 결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 한상임은 정방형 화면을 가득 채운 붉은 색으로 인간을 추상화 했다. 한현주는 하늘색 하얀색 물감의 만남이 하늘 같은 무한 공간을 표현한다. 

수제 한지로 만들어진 함순옥의 작품에서 바탕 면에서 일어나는 듯한 긴 면들은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한다. 허은오는 [Wonder of Nature]에서 밤하늘의 오로라처럼 뻗치는 빛의 줄기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붓펜으로 편물의 올을 화면 가득히 그린 홍성원의 [삶]은 반복되는 일상속의 미세한 변화가 기록되어 있다. 홍순주의 [결]은 몇 번 그은 굵은 선들에서 흐르듯이 내려오는 작은 선들을 통해 삶과 예술 모두에서 발견되는 결을 표현한다. 4개의 사각형에서 나온 흔적이 서로를 연결하는 황세은의 [동행]은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삶을 표현한다. 사각 면들로 구성된 황인혜의 작품은 절제와 부드러움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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