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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전 / 인공생태계 속의 현실과 주체

이선영

인공생태계 속의 현실과 주체

  

이선영(미술평론가)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전은 이제 우리의 삶을 빠르게 접수해 나가면서 새로운 인공 생태계가 된 SNS 문화를 주제로 한다. 인터넷이 우리의 삶에 자리 잡은 지는 30여년이 지났지만, 고기능 스마트 폰의 대량 보급을 통해 손안의 인터넷이 펼쳐진 것은 10여년 안팎의 일이다. 그 이후 SNS 문화 및 그와 상호작용하는 예술 또한 일반화되었기에, 전시 주제는 최근의 흐름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기획자들이 젊은 것은 아니다. 한국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대안 공간 1세대 기획자들인 이관훈, 이은주, 강성은이 만든 이 전시는 ‘대안’의 의미를 소통의 차원으로 확장시키고자 한다. 한국 미술계에서 대안공간들이 부각되었던 요소 중 하나가 기성세대에 대립각을 세운 그들 간의 끈끈한 관계망이었다고 볼 때, 이제 그 관계망이 보다 익명적인 통로를 통해서도 확장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편 얼마 전 SNS를 뜨겁게 달군 미술계 성추행 사건처럼, 불미스러운 사건 또한 같은 망을 타고 퍼져 나간 것은 SNS라는 편리한 도구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민제, #shapeofgreed, 음식데이터, 데이터 기반 음악, 머신러닝, 9분 26초, 2012-2019

(이하 모든 사진 출전; 아르코미술관)



이미혜, 8월의 킨포트, 디지털 프린트, 가변크기, 2017



김효재, SSUL, 6분 42초, 2015-2019


  

작가 17인(팀)의 60여점의 회화, 영상, 설치 등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SNS를 대상으로 할 뿐 아니라, 전시의 운용에 있어서 내재적 요소로 삼는다. 코로나 19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비대면 소통방식을 전시 한가운데로 끌어들인 것이다. 수도권 방역조치가 강화되어 정상적 오픈을 할 수 없었던 시기에 개막 퍼포먼스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 중계(7월 9일)로 선보였다. 실제로 와서 보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관계 기관의 무심한 조치들에 대해 미술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이 전시와 관련해 만들어진 아르코미술관 SNS 채널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망라한다. 바이러스의 전파 상황이 유동적이니 만큼, 오프 라인 입장이 정상화되고 나서도 온라인 사전 예약은 필수다. 그러나 온라인 영상 전시가 미술관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할지 아니면, 그것으로 전시 관람을 대신할지는 전시된 작품의 흥미로움, 그리고 실제 전시되고 작동되는 작품의 가상적 전달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대중들로서는 미술 말고도 볼거리가 많은데, 미술마저도 가상 관람의 한 항목이 되어 네티즌의 선택지에 놓이는 상황은 흥미로우면서도 잔인하다. 그것이 또 다른 기회일지 아니면 무관심 속에 흘러가는 수많은 정보/쓰레기가 될지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예술이 무엇을 다루든, 이제는 그것이 주변화 되었음을 인정한다면 SNS를 비롯한 소통 매체의 활용은 절박하다. SNS는 대중매체에서 흔히 다뤄질 수 없는 콘텐츠를 소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자본주의 문화의 우세종으로서의 대중문화’(프레드릭 제임슨)의 틈바구니에서 소(小)중문화라고 할 수 있는 미술 또한 SNS를 통해서 자율적이며 자유로운 흐름을 유지, 또는 확장해 나갈 수 있을까. 그런 기대치가 아니라면, SNS는 시간을 소비하는 또 다른 상품이나 지배 이데올로기의 통로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제 SNS는 호불호를 넘어선 불가역적인 흐름이 되었다. 


    


정아사란, Moment, Moment, Moment, 2017



한재석, Live Feedback 2, 가변크기, 2020



손윤원_라나머도키, 연결풍경, 대화 녹음 사운드(20분)와 포스터, 2020



고안철, Here & There,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창을 열기 전에 스마트 폰을 먼저 켠다. 1984년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지구 궤도 위에 떠있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현대예술이 발표되었을 때,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이 프로젝트는 떠들썩하게 진행되었지만, 이제 지구의 여러 곳을 연결하여 무엇인가 하는 것은 전화 통화만큼이나 흔한 일이다. 그동안의 기술개발 경쟁은 군사적-상업적 인프라를 더욱 촘촘히 구축했던 것이다. 당장에 그날의 뉴스만 봐도 그렇다. 뉴스 보면서 먹곤 하는 저렴한 과자 한 봉지와 음료수에 들어간 재료는 전 세계를 갈아 넣은 듯하다. 매일 먹는 음식이 나의 몸을 이룬다면, 정신적 상황 또한 다를 바 없다. 전시된 작품들은 디지털 문화의 양상과 그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인간/작가의 정체성, 디지털 문화에서의 소통 양상, 실제와 가상의 관계, SNS 환경과 미술의 문제, 그리고 더 많이 메시지를 소통하게 된 현실의 정치적 측면이다. 


먼저 디지털 문화의 전반적 양상을 다룬 작품들을 살펴보자. 전민제의 [#shapeofgreed](2012-2019)는 인스타그램에 유통되는 10만 여건의 음식사진을 빠르게 편집하여 사운드와 함께 보여준다. 음식물 사진이 그토록 많이 유통되는 것은 그것이 먹어야 하는 유기체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야기할 수 있고,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인간에게 가장 흔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이미혜의 [8월의 킨포크(2017)]는 개인의 일상을 광고나 영화, 심지어는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면서 필요한 그럴듯한 무대의 필수 아이템을 풍자한다. 삶을 이루는 명암에서 명만 드러나는 연출사진은 프린트물 사이에 작가가 끼어 놓은 ‘#비루한 일상도 #우아한 일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우아함은 사진에 생략된 많은 실제의 과정들 때문에 가능했다. ‘있어 보이는’ 연출의 중요함은 ‘Follow, Flow, Feed...’에 ‘Flex’ 또한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업체eobchaeX류성실, CHERRY BOMB, 싱글채널 비디오, 12분, 2018



홍민키,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 단채널 영상, 사운드, 26분 27초, 2019




김도균 인스타그램에 올린 폴라로이드 사진 작품



김진현, Muhlenbergia capillaris,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각50X50cm, 2018

 

  

정아사란의 [Moment, Moment, Moment](2020)은 트위터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메시지를 자동인쇄한 후 바로 수조에 폐기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중한 정보가 아니라 거의 화장실에서 휴지가 소비된 것 같은 모습이다. 인터넷이 생기고 화장실의 낙서가 사라졌다는 분석은 미디어의 배설적 측면을 암시한다. 어차피 저장되고 기억되는 용량은 한계가 있으므로 나머지는 비워내야 할 것이다. 김효재의 싱글채널 영상 작품 [SSUL](2015-2019)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한 가상적 정체성을 표현한다.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가상세계에서 주체 또한 자신의 실체를 비워내고 끝없는 가면의 행렬로 대치한다. 더 쎄게 보이려는 경쟁은 필수다. 가상 정체성은 거의 괴물이 된다. 온라인으로 실연된 김효재의 퍼포먼스 [태교 (胎敎 : 도래할 Z에게)](2020)에서 작가는 ‘가상의 존재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고 미래에 대한 염원을 담는’ 태교의 성격을 가상정체성에 투사한다. 주체의 욕망에는 타자의 인정이 포함되는 만큼 유아론에도 사회적인 요구가 끼어 들 수 있다.  


또 다른 작품군은 디지털 소통의 문제를 전면화한다. 가상적 소통은 손쉬운 만큼 부정적인 면도 많다. 소통이라는 미명아래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거울을 보고 자기에게 끝없이 말할 뿐이다. 대화를 가장하는 메시지의 범람은 독백을 증폭시키는 나르시시즘의 정글이 되어 서로의 발목을 잡곤 한다. 한재석의 [Live Feedback 2](2020)은 스마트폰 6대를 활용하여 ‘수신자와 발신자가 특정되지 않은 채 무한히 유동하는 SNS 시스템 안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것은 수신과 발신 사이에서 야기되는 시간차 때문인데, 이러한 불특정성과 시차는 온라인 소통의 실효성을 의심스럽게 하지만, 동시에 나비 효과같은 의외의 결과도 가능할 것이다. 업체(eobchae) × 류성실의 싱글채널 영상작품 [CHERRY BOMB](2018)는 편집과 분열을 오가는 듯한 가상의 유튜버를 ‘체리 장’을 통해 북핵 위기와 관련된 묵직한 시사적 주제를 코믹하게 방송한다. 기괴한 캐릭터가 쏟아내는 것들은 의심스럽고 황당한 정보들이지만, 화자(話者) 자체는 자기 사고와 행위에 너무 몰입되어 있기에 관객/네티즌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노상호, The Great Chapbook II, 캔버스에 수용성 유채, 270×220cm, 2018 




이우성, [밤, 걷다, 기억] 연작 중, 종이에 펜과 스크린톤, 각11x11cm_2017~2020



이윤서, 플랜비(Plan B), oil on canvas, 100x80.3cm, 2018



홍채연, Boundary Feed, 캔버스에 유채, 각 37.9x37.9cm, 2020.

 

  

홍민키의 싱글채널 영상작품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2019)는 토크쇼의 형식을 빌어서 SNS을 통한 소문의 위력을 풍자한다. 대화를 듣다보면 ‘---길’로 회자되는 대부분의 재개발이 정작 지역주민의 삶과는 괴리된 측면이 있음이 암시된다. 전 세계 관광지에서 일어났던 일이 이제 동네 골목에서 순차적으로 재현되는 상황이다. 손윤원 × 라나 머도키(Lana Murdochy)의 [연결풍경](2020)은 20분 분량의 두 작가의 녹음 사운드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성적 정체성을 가진 두 작가의 원거리 소통은 ‘부러진 언어(Broken English)’로 이루어진다. 언어든 기술이든 그자체로 투명한 것은 없다. 원래 가상은 실제의 그림자였지만, 양자의 관계는 전도된다. 가상현실은 복제와 그 속도 면에서 현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고안철의 [Here, There & Everywhere](2020)은 고향 제주의 현무암과 그 복제물을 촬영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실제는 캐스팅, 사진, 스캐닝 등 거듭된 재현의 과정을 거친 시뮬라크럼은 가상/현실에 편재한다.  


김도균은 [@kdkkdk](2020)에서 현실의 어느 구석인지 불확실한 부분 장면을 인스타그램 포맷

의 원형이 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 다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정사각형 포맷은 현실적 풍경을 입자화 시켜 무한히 유통시킨다. 김진현의 [Muhlenbergia capillaris](2018) 분홍색 억새풀은 누군가의 사진에서 그럴듯한 배경으로 나타난 이래 무수한 인증샷의 일부가 되어왔다. 이미지의 남용은 이미지를 흐들흐들 닳게 하고 깨뜨린다. 일상의 의식(儀式)에서 따라하기는 그자체로 유희적 요소가 된다. 따라하기는 파편적 현실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나름의 연속적 맥락을 제공해 준다. 노상호의 [The Great Chapbook II](2018)은 270×220cm의 거대한 화폭에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이미지를 그린다. 낱장에 그린 것들도 옆에 설치했다. 낱장으로 쌓인 이미지들을 한데 모은 작품은 긴밀하게 조직되어 있지 않고 병치되어 있다. 가상현실에서는 확대할수록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회화작품에서는 멀리서 봐야 얼룩덜룩하게 칠해진 추상화로 보인다. 디지털 방식으로 재편된 문화적 생태계는 미술 또한 변화시킨다. 미술. 특히 회화는 전통적으로 현실과 환영의 관계를 다루어왔기에 그리 낯설지 않은 게임이다. 

  

  

김무영, 유투브 스타의 관점에서_ 유투브 버전, 싱글채널 비디오, 20분, 2020



치명타, makeup dash_드랙킹메이크업, 2017

 

  

이우성의 [밤, 걷다, 기억](2020) 연작은 11×11cm의 정방형 종이에 평소에 찍어서 저장해둔 사진들을 드로잉으로 다시 그렸다. 인스타그램 포맷으로 그려진 다시 그려진 것들은 작가로 하여금 잃어버린 시간을 찾도록 한다. 많이 찍을수록 기억하기가 더 힘들고 분류하기조차 힘들다. 그것은 상황 속에 던져진 인간이 상황을 제대로 느끼고 경험하기 전에 사진기부터 들이대기 때문 아닐까. 말 그대로 사진만 남는 것이다. 나무 패널에 유채로 그려진 이윤서의 [플랜 B](2018)는 정보의 속도와 회화의 느림을 비교한다. 스치듯 접해진 것들이 모두 작품이 될 수는 없다. 정보는 소비되는 것이지만, 그림은 생산이다. 작가가 그린 것이 정보화되어 가상현실에서 순환할 때 그것은 다시 누군가에게는 소비되는 정보가 될 것이다. 홍채연이 캔버스에 그린 유화작품 [Boundary Feed](2020)는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정방형 이미지들을 다시 회화로 옮긴다. 수많은 정보 중 그것이 선택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작가의 상상이 보태져 변형된다. 그림의 원천 이미지들 또한 업데이트 될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눈에 띄어야 하고 쉽게 읽혀져야 소비되는 정보의 속성을 회화는 더 강렬하게 표현한다.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이전 시대 보다 많은 것을 속속들이 보여줄 수 있는 시대에 보기와 보여지기는 곧바로 정치의 영역에 진입한다. 특히 유튜브는 본격적인 개인방송의 시대를 열어서 누구나 자기주장을 공공영역으로 방송할 수 있다. 객관적인 검증은 클릭수와 관심도로 대치된다. 생각하기 전에 말하고, 말로 내뱉었기에 그다음의 합리화를 필요로 하는 악순환도 벌어진다. 김무영의 싱글채널 영상 작품 [유튜브 스타의 관점에서: 유튜브 버전](2020)은 반공 이데올로기에 투철하여 이에 대한 전도사로 자처하는 한 유투버의 삶을 조명한다. 치명타의 유튜브 영상 [Makeup dash : 드랙킹 메이크업](2017)은 뷰티 유투버 콘텐츠의 형식을 이용하여 가상현실이 가지는 거울의 속성을 탐구한다. 가상현실은 타자에게 보여지는 자신을 염두에 두는 가운데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인다. ‘상대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인정의 문제에서 성(性)은 이데올로기의 각축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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