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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제 / 물신으로 연결된 상품과 예술작품

이선영

물신으로 연결된 상품과 예술작품

 

이선영(미술평론가)

 


김민제는 최근 추진 중인 ‘GOODFORRESELL’ 프로젝트의 일부를 선보였다. 나이키 사의 운동화 조던I을 소재로 한 이 프로젝트는 가창 창작스튜디오 주관의 전시 [walk the walk]에서 먼저 발표하지만. 11월에 있을 대구 아트페어에 대구 청년 작가 페어 & 개인 부스에서 정식으로 발매할 계획이 있다. ‘조던I’의 정가(定價)인 209000원으로 똑같이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 매니아라면 한눈에 알아볼 만한, 모델명까지 확실한 운동화를 석고로 복제해서 신발 가게의 진열대처럼 설치했다. 100여 족이 줄과 각을 맞춰 진열된 전시장은 그것이 상품으로 온 것임을 강조한다. 대량생산은 예술과 다른 상품의 특징인데, 작가는 상품에 전형적인 방식을 따른 것이다. 신발의 양쪽이 아니라 한쪽만 있지만, 어떤 신발 가게에서는 도난을 막기 위해 한쪽만 진열해 놓기도 한다. 크기도 실제의 1.5배다. 작가는 특정 상품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약간의 차이를 부여한다. 




이양아트센터 전시전경







물론 신발 입구가 막혀 있어 신을 수는 없는 것이 가장 큰 차이지만,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하는 현상은 실제의 사용이 아닌 소장 또는 ‘리셀’이라는 방식으로 다시금 수집의 회로로 들어가는 교환가치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신을 수 없다’는 큰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 그 ‘신발’에는 일련번호와 작가의 싸인이 들어가 있다. 인기 모델이라서 리셀이 많아 문제시되자 나이키 회사는 2022년 8월에 리셀을 금지하는 정책을 폈는데, 그러한 정책은 금기를 설정해서 위반 욕구를 더욱 불러일으킨다. 소비자의 애를 태우는 한정판이라는 유통방식도 마찬가지다. 김민제는 이 신발이 전 세계 17000 족 발매되어 10배 넘는 되파는 가격을 기록했다고 알려준다. 이 프로젝트의 개념을 담은 문장인 ‘Not Jordan, Not Yeezy, Not Travis Scott. GoodForRe-selling. GoodForKeeping. Limited Edition. Only100’은 광고의 문구를 풍자적으로 모방한다. 












작가에 의하면 이 작업은 2018년 11월 나이키에서 발매된 ‘Jordan1NotForResell’을 비튼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다시 만든 신발 바닥에 리셀을 장려한다는 반대 메시지를 적어놨다. 전시된 것은 실제 신발이 아니라, 그것을 모델로 한 예술작품이기에 컬렉션이나 리셀은 적극적으로 장려된 것이다. 예술도 성공한 상품처럼 물신의 대열에 올라서면 젊은 작가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은 단번에 해결될 것이다. 대량 소비사회에서 실로 많은 소비 품목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신발은 대표적인 물신숭배의 대상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신발 애호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들이 있어왔다. 대표적인 것은 ‘발은 아주 원시 시절부터 남근의 상징’이라는 프로이트의 해석이다. 발 치료 전문의인 윌리엄 A. 로시의 [에로틱한 발-발과 신발의 풍속사]는 발의 성애학(podoerotica)을 역사적으로 다루면서, 프로이트를 따라 신발은 에로틱한 발의 ‘집’이라고 말한다. 


로시에 의하면 발이 언제나 팔루스(혹은 남근)의 상징었다면, 신발은 언제나 요니(혹은 음문)의 상징이었다. 그것이 남근의 상징이라면 거세 또한 생각할 수 있다. 로시는 방해하다(impede), 방해(unpediment) 같은 단어(ped는 발을 의미)는 발이 곧 생명력이라는 개념에서 파생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발, 곧 힘의 움직임을 가로막기 때문에 ‘방해하는’ 것이 된다. 발을 꽁꽁 묶어둔다는 것은 발의 자연적 기능이라 위력을 없애는 것으로 거세와 똑같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얼마 전 있었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신발을 모아놓은 유실물 센터의 사진은 존재의 부재를 신발만큼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있을까 싶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물신이 된 대상이 사회적 차원을 가질 때 그것은 투자 및 가격 조작같은 사기 행위가 가능해 질 수 있다. 김민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신발회사의 정책인 ‘NotForResell’을 ‘GoodForResell’로 전환하고자 했다. 재현이 곧 재현 대상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소통 방식에서 신발 조각품은 그 신발로 불리운다.  










작가는 신발만큼이나 그것을 담을 박스 제작 및 설치에도 공을 들였다. 과도한 소비의식(儀式)의 중심에 박스 개봉에 있는 만큼, 박스가 빠질 수 없는 것이다. 박스는 전시장 벽과 바닥에 탑처럼 쌓아놓아 많이 있음(대량생산품)과 희귀함(수집대상)이라는 역설적인 면모를 표현했다. 김민제가 신발을 소재로 작업한 이유는 그 자신이 그 신발의 수집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97년생의 작가가 중2 때부터 끼니까지 걸러 가며 몰입했던 취향이었다. 그의 신발장을 가득 채운 신발들은 신기도 하지만 소장용도 많다. 보기만 해도 좋은, 신기도 아까운 그것은 이미 기능을 넘어선 차원에 존재한다. 그것은 소년 시절에 처음 접한 그 신발처럼 환상의 차원에 등록되며, 일련의 취향과 계속되는 행동(구매, 소장)을 추동한다. 신발이 조각상으로 제작된 이유기도 하다. 10대 소년이 용돈을 모아 산 몇십만원 짜리 운동화를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허위의식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수집은 사회적 조작보다 더 심층적인 차원에 존재한다. 


그것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유하고 조직하려는 욕망에 닿아있기 때문이며, 이는 예술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원동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에 의하면 모델 번호를 바꿔가며 줄곧 생산된 이 모델이 처음 나온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고, 그 이후부터 신드롬이라고 할만한 현상이 나타났다. 작가 또한 자신의 작품에 번호를 매겨 놓았는데, 그것은 욕망에 의해 추동되는 수집의 끝없음을 말한다. 필립 블롬은 [수집, 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에서 정복은 환멸을 낳고 그는 또 다른 정복을 찾아 나선다고 말한다. 블롬을 그것을 ‘물질을 통해 삶의 성취를 이루려는 자에게 내린 저주’라고 하면서, ‘죽음의 정원 조각상에 둘러싸인 메두사는 절대 이룰 수 없을 충만을 갈구하며 분노로 미쳐간다’고 까지 말한다. 중학교 때 그 신발을 사면 한 달 이상이 좋았다가 점점 그 기간이 짧아짐을 느끼는 작가는 이제 작품을 통해서 ‘물질을 통해 초월을 추구하는’(필립 블롬) 행위에 미학적인 거리를 둔다.

 

출전; 가창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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